‘보복해임’ 광주 명진고 교사, 복직하니 “학생 책상서 대기”

입력 2020-12-10 14:18 수정 2020-12-10 14:22
연합뉴스

보복 해임 논란 후 7개월여 만에 복직한 손규대 교사에게 광주 명진고가 도서관 근무를 명했다. 전날 교직원 책상 대신 학생 책상을 내준 것에 이어 명백한 괴롭히기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광주광역시교육청에 따르면 명진고 교장은 손 교사에게 이날부터 내년 2월 말까지 광주 송정도서관에서 자율연수를 하도록 명했다. 자율연수 명령은 학교장 재량으로, 법과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학교 측은 손 교사의 첫 출근날인 9일 그에게 교무실이 아닌 체력단련실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날 동료 교사들은 손 교사가 복직 후 인사를 위해 돌린 떡을 고스란히 손 교사 책상에 돌려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명진고(학교법인 도연학원)는 '보복 해임' 논란 후 7개월여 만에 복직한 손규대 교사에게 9일 학생 책상을 주고 근무하라고 했다. 2020.12.9. 연합뉴스

손 교사는 9일 광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업무와 수업에 관해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께서는 복직 명령을 못 들었다고 말씀하셨고, 교직원 책상이 아닌 학생 책상에 앉아 대기하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보복에 대한 생각을 그렇게까지 크게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저를 받아들일 마음이 크게 있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업무를 배정할 수 있었을 텐데 계속 학교에 근무하지 않게 하려는 어떤 움직임이 있는 게 보였다”고 덧붙였다.

손 교사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이 힘이 되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많이 내려와서 쪽지도 건네고 계속 격려의 응원도 해줬다. ‘내년에 담임을 맡아 달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슬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광주·전남·전북·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이날 손 교사는 참고인으로 나서 해임 경위 등을 설명했었다. 2020.10.20. 뉴시스

앞서 명진고를 운영하는 도연학원 최신옥 전 이사장은 손 교사 채용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했다가 적발됐다. 최 이사장은 지난해 1월 배임수재 미수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 학교 측은 검찰과 교육청에 돈을 요구받았다고 공익제보를 한 손 교사를 해임했다.

이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최근 학교법인이 손 교사에 대해 해임과 임용취소 처분을 한 것이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이 결정에 따라 손 교사는 9일 학교에 복직했다.

명진고에서 채용과 관련해 잡음이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최 전 이사장의 두 딸을 각각 음악 교사와 물리 교사로 채용해 논란이 됐었다. 이 학교는 최근 또 다른 채용 비리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