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철구 딸에게 죄 물어선 안돼…부모부터 변해야”

입력 2020-12-10 14:04 수정 2020-12-10 14:19
뉴시스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인터넷 방송 BJ 철구·외질혜 부부의 자녀가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자 “우리 공동체는 부모의 죄를 들어 그 가족을 심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허지웅은 10일 인스타그램에 “최근 한 BJ의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혹시 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입학하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있었다”며 “문제가 된 BJ가 최근까지 반복적으로 크고 작은 물의를 일으켜온 당사자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의 영상이 주 시청층인 미성년자에게 돈이면 다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저는 이와 같은 부모의 자녀가 혹시 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입장을 바꾸어보면 저 또한 걱정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허지웅은 그러나 “우리 공동체는 부모의 죄를 들어 그 가족을 심판하지 않는다”며 “그 부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자녀를 무리로부터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부모의 죄를 대물림하고 평가받는 사회라면 그런 공동체는 아무런 희망도 가능성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물론 죄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지 따라붙는 꼬리표까지 없애는 건 어려울 것”이라며 “바꿀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늘 말씀드렸는데 사람들이 의견을 갖는 걸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면 BJ 스스로의 태도와 가치관부터 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지웅은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마음, 그럴 수 있다는 믿음. 거기서부터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철구는 최근 아프리카TV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의 외모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항의하자, 철구는 “박미선을 말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후 박미선이 공개적으로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철구가 그간 여러 구설에 휘말렸던 만큼 그의 딸이 입학한다고 알려진 인천 A 사립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이 잇따라 반발했다. 문제가 많은 BJ의 자녀 입학을 학부모와 상의 없이 결정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학교 측에서 입장문까지 내며 논란 진화에 나섰으나 비난 여론은 끊이지 않고 있다.

허지웅 글 전문

최근 한 BJ의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혹시 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입학하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해당 학교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글을 쓰기도 했고요. 문제가 된 BJ가 최근까지도 반복적으로 크고 작은 물의를 일으켜온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영상이 주 시청층인 미성년자에게 돈이면 다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다, 그런 의견이 많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부모의 자녀가 혹시 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입장을 바꾸어보면 저 또한 걱정이 될 겁니다. 하지만 우리 공동체는 부모의 죄를 들어 그 가족을 심판하지 않습니다. 이건 원칙입니다. 그 부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자녀를 무리로부터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부모의 죄를 대물림하고 평가받는 사회라면 그런 공동체에는 아무런 희망도 가능성도 없을 겁니다.

물론 죄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지 따라붙는 꼬리표까지 없애는 건 어렵겠지요. 바꿀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늘 말씀드렸는데요. 사람들이 의견을 갖는 걸 바꿀 수는 없습니다. 바꿀 수 있는 건 의견의 내용일텐데요. 그렇다면 BJ 스스로의 태도와 가치관부터 변해야 할 겁니다.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마음. 그럴 수 있다는 믿음. 거기서부터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