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한 처벌 불가피”… ‘경비원 갑질’ 주민에 징역 5년

입력 2020-12-10 13:05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에게 갑질을 일삼은 혐의를 받는 입주민 심모씨가 지난 5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아파트 경비원을 상대로 폭언·폭행 등 갑질을 일삼은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입주민 심모(48)씨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 13부(부장판사 허경호)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감금·보복폭행·상해), 무고, 협박 등 7개 혐의로 기소된 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심씨는 지난 4월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고 최희석씨와 주차문제로 다툰 뒤 지속적인 폭언·폭행을 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괴로움에 시달리다 지난 5월 10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등장한 심씨는 이날 피고인석에 가만히 앉아 선고 주문을 들었다. 찌푸린 눈썹을 간간이 움찔대기도 했다. 징역 5년이 선고되자 그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휘청대며 일어난 그는 절뚝이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재판부는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허 판사는 “피해자가 차량을 밀어 이동시켰다는 사소한 이유로 상해를 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며 보복 목적으로 감금을 저지르고 사표를 강요한 행위가 모두 인정된다”고 했다. 또 “피해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마지막 사정 또한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 범행 후 정황에 해당해 참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허 판사는 “대법원 양형기준의 권고 형량은 징역 1년에서 3년 8개월이지만 여러 사정을 종합해 권고 형량을 벗어난 5년을 선고한다”고 했다. 허 판사는 “피고인의 수사과정에서 태도라든가 법정에서 진술을 봐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등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7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이 끝난 후 피해자의 형 최광석씨는 북부지법 앞에 서서 “(피고인에게) 지금이라도 부탁하겠으니 한 번만 사과하고 가십시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동생의 희생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고 주민 갑질에 짓밟히고 사망하는 제2, 제3의 경비원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