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후계자X아나운서…달라진 재벌家 결혼풍속도

입력 2020-12-11 00:04
조수애, 이다희, 김민형 전 아나운서.

호반그룹 총수 김상열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건설 기획 부문 대표는 최근 김민형 전 SBS 아나운서를 아내로 맞았다. 이들은 지난 7월 열애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젊은 오너들의 등장은 재계의 결혼 풍경을 바꿔 놓았다. 과거엔 재계, 정계 등 가문 사이의 정략결혼이 많았다면 요즘은 자유로운 연애결혼이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

김대헌 호반건설 대표를 비롯해 손원락 경동인베스트 부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등 올해 결혼한 재벌 후계자들의 배우자들은 유력한 집안 출신이 아닌 좋은 집안, 학벌 등을 갖춘 일반인들이었다.

지난 7월 결혼한 현대가 3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재벌가가 아닌 대학을 갓 졸업한 일반인 여성을 아내로 맞았다. 경동그룹 오너 3세 손원락 경동인베스트 부회장도 지난 6월 강서은 전 KBS 아나운서와 결혼했다.

업계에서는 “과거엔 혼맥을 통해 재벌 대다수가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 왔지만, 지금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만큼 자본 권력을 갖췄기 때문에 같은 재계나, 정계와 혼맥을 맺을 필요가 사실상 없어진 상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왼쪽 사진)씨와 조수애 전 JTBC 아나운서.

최근 결혼 풍속도가 바뀌면서 재벌가 며느리로 ‘아나운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두산가 4세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는 지난 2018년 12월에 조수애 전 JTBC 아나운서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지인 소개로 만나 결혼하게 됐다는 점, 13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했다는 점 등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이듬해 5월에 아들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SNS에 서로의 사진을 지우는 등 이상 기류가 감지돼 결별설에 휩싸였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 부장도 같은 해 이다희 전 스카이티브이 아나운서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도 지인의 소개를 통해 만나 결혼을 결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3세대 이상의 재벌가 자제들은 집안의 뜻을 그대로 따라 중매결혼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며 “각자 확고한 사업 영역을 갖춘 그룹들이 많아지면서 혼사를 리스크 관리나 사업 확장 도구로 쓰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아나운서에 대한 참하고 똑똑한 이미지 덕분에 재벌가에서 며느릿감으로 가장 선호한다”며 “일부 아나운서에게 재벌가와의 소개팅 제의가 종종 들어오는 사실이 알려진 것만 봐도 이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