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도 반대하는 산단…복원 차질 우려 귀추 주목

입력 2020-12-10 11:14 수정 2020-12-10 12:49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에는 47마리의 황새가 서식하고 있다. 교원대 제공

충북 청주의 한국교원대학교와 지근거리에 조성되는 산업단지가 학생들의 학습권과 주민들의 건강권 침해는 물론 황새 복원에도 차질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교원대와 문화재청 등이 청주시에 사업계획 변경을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교원대 등에 따르면 청주시는 지난달 20일 흥덕구 강내면 일원에 조성되는 100만3359㎡ 규모의 청주 하이테크벨리 일반산업단지 개발 사업을 승인했다. 민간 사업시행자가 오는 2023년까지 2360억원을 들여 부지를 개발하고, 전기·전자, 화학, 의료, 자동차 등 제조업체를 유치한다.

이 산단은 교원대가 조성한 황새 사육시설에서 불과 554m 떨어져 있다. 교원대를 비롯해 환경영향평가의 직접적 피해 구역인 반경 5㎞에 7개 교육기관도 있다.

1994년부터 멸종위기종 1급인 천연기념물 황새 복원을 주도한 교원대는 그동안 155마리를 키워 충남 예산 황새공원에 보내거나 자연에 풀어놓았다. 교내 사육시설에는 47마리가 살고 있다. 내년에는 교육·연구시설 등을 포함한 새로운 사육공간도 완공된다.

남영숙 황새생태연구원장은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로 인한 대기오염,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 발생 등으로 황새 번식 저해, 건강 악화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교원대는 지자체에 산업단지와 황새 사육시설의 이격거리를 1㎞ 이상 떨어뜨릴 것과 화학물질 배출 업종을 제외할 것 등을 요구했다. 산업단지 경계에 조성하는 완충녹지 폭을 50m에서 100m로 늘리는 방안도 요청했는데 번번이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도 해외 조류 연구와 사례를 근거로 산업단지가 황새 번식률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예측해 산단 조성에 반대하고 있다.
청주 하이테크밸리 일반산업단지 위치도. 청주시 제공

산업단지 예정지 주민 역시 산단 조성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주민 A씨는 “강내초등학교에서 산단까지 자동차로 2~3분 거리에 불과하다”며 “황새의 마을에 산단 조성은 말도 안된다. 산단이 완공되기 전에 정들었던 마을을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충북도와 청주시는 산단 조성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시종 지사는 지난 7월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에서 “청주 경제가 살아야 충북의 경제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청주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자가 수익성 등을 이유로 교원대와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쯤에 교원대, 문화재청, 지자체, 사업시행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개선 방향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