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0일 청년 비정규직 근로자였던 한국발전기술 소속 김용균(당시 24세)씨가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늦은 시간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들어가 홀로 작업하다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산업재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김씨의 참혹한 죽음이 알려지며 산재 사망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리고 꼬박 2년이 흘렀다. 이른바 ‘김용균법’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이 이뤄졌지만 개정법은 위험의 외주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기엔 미흡한 부분이 많았고,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매일 6~7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쓰러지는 한국 산재 사망자 수는 여전히 OECD 1, 2위를 다툰다. 이런 가운데 중대 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발의됐다. 재계 반발이 거세긴 했지만 ‘당 1호’ 법안으로 내세운 정의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까지 유사 법안을 내놓고 찬성 입장을 밝히는 등 올해 안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았다.
그러나 김씨 사망 2주기인 10일 맞이한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 결과물에 중대재해법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정의당은 이번 정기국회 기간 법 통과를 주장하며 72시간 노숙농성을 벌였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이날 새벽 국회 건물 외벽에 ‘국민은 죽어가는데 국회는 뭐하나’ ‘날마다 7명이 일하다 죽는 나라’ 등의 문구가 레이저 빔으로 쏘여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강조했던 ‘산업안전’ 문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공정경제 3법 등 정치적 논의에 밀렸다는 비판이 높아졌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정기국회 결과와 관련, “아쉬운 점들이 있다”면서 “중대재해법이 논의되지 못하고, 처리되지 못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1년에 산업재해로 돌아가시는 분이 2000명이 된다”면서 “산업재해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산업안전법도 우리가 개정을 해봤는데 그것 가지고는 효과가 없어 결국 중대재해법을 만들자고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 후 법 제정을 공언했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지신 청년노동자 김용균씨 2주기”라며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그 책임을 강화하는 법을 최대한 이른 시기에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침에 출근했다 저녁에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이 되풀이되는 사회는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산업 현장은 목숨을 거는 곳이 아니라 따뜻하게 일하는 곳이어야 한다”면서 “김씨 2주기에 추모위가 내건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라는 말씀, 아프게 새기겠다”고 썼다.
이와 관련해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서 “임시국회 안에서 당연히 처리될 것”이라면서 “이번에 처리가 안 된 이유는 (개정안이 아닌) 제정법(이기 때문)이다. 새로 만드는 법이라 절차가 좀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