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의 인권유린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 등 마무리 짓지 못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실 규명을 하기 위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 활동이 10년 만에 재개되면서 과거사 정리가 이번엔 완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산시는 10일부터 진실화해위원회 2기가 출범함에 따라 진실규명 신청을 본격 접수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6월 9일 개정 공포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오늘부터 활동을 재개했다.
앞서 진실화해위원회는 2006년 4월에 1기 위원회를 출범했으나 형제복지원 사건, 선감학원 사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등에 대한 사건의 실체를 찾지 못한 채 2010년 활동을 종료했다.
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한 이후,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는 노숙과 국회 앞 고공 농성을 펼쳤으며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희생자와 유족 등이 과거사정리법 개정을 촉구해왔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5월 20일 과거사정리법이 통과돼 진실규명의 길이 다시 열리게 된 것이다.
진실규명 신청 기간은 10일부터 2022년 12월 9일까지 2년간이다.
진실규명 범위는 ‘일제강점기 또는 그 직전에 행한 항일운동’ ‘일제강점기 이후 이 법 시행일까지 해외동포사’ ‘1945년 8월 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 시기 민간인 집단 사망·상해·실종사건’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 인권침해사건과 조작 의혹사건’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 테러·인권유린·폭력·학살·의문사’ 등이다.
진실규명 사건의 범위에 해당하는 ‘희생자·피해자 또는 그 유족’ ‘희생자·피해자·유족과 친족 관계(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에 있는 자’ ‘진실규명 사건을 경험 또는 목격한 자’ ‘진실규명 사건을 경험 또는 목격한 자로부터 직접 전해 들은 자’ 등이 개별적으로 진실규명을 신청하거나 단체로 신청할 수 있다.
한편 부산시는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 등을 위해 지난 7월부터 ‘부산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지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보호·단속한다는 명분으로 무고한 시민을 강제로 수용해 강제노역·폭행·살인 등 인권유린을 저지른 것을 말한다. 부랑인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장애인이나 가족이 있는 일반인 심지어는 어린아이들도 끌려갔다. 납치와 인신매매를 당한 경우도 조사됐다.
형제복지원은 폐쇄될 때까지 3000명이 넘는 시민을 수용하면서 각종 폭력이나 학대로 500여명이 사망했고 일부 주검은 의과대학에 실습용으로 팔려나가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등 최악의 인권유린 사건으로 꼽힌다.
1987년 1월 당시 강제노역에 시달리던 원생들의 실상이 알려지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외압 등에 의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지 못한 채 사건이 무마됐다. 그러나 진실화해위원회 2기가 본격 활동을 시작하면서 재조사의 길이 열렸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