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첫 시험대는 북한…해법 찾으려면 문 대통령과 협력해야”

입력 2020-12-10 10:38
WP “바이든, 북한 도발과 함께 임기 시작할 수도”
북한, 핵 실험 또는 ICBM 시험 발사 우려
“제재 완화와 비핵화 교환하는 다자회담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인수위원회 임시 본부로 사용하고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극장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지명자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외교적 시험대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이 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바이든 당선인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해 온 문재인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할 경우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WP는 북한의 지도자들은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 경우 도발을 감행하는 경향을 보여줬기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이 북한의 핵실험 또는 ICBM 시험 발사 등 문자 그대로 ‘꽝’하는 소리와 함께 대통령 임기를 시작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WP는 만약 북한이 실제로 도발할 경우 바이든의 참모들은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보다 더 약한 패를 손에 쥐고 더 위험해진 적과 맞서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사라지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스스로에게 부과했던 핵실험 자제의 이유가 없어졌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전직 당국자들은 WP에 “김 위원장이 향후 몇 달 안에 새로운 군사적 도발을 통해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시도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WP는 여러 가지 선택 중에 김 위원장이 지난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했던 새로운 ICBM인 ‘화성-16형’을 시험 발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거대한 크기의 ‘화성-16형’은 다수의 핵탄두를 탑재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WP는 또 김 위원장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핵무기 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핵전쟁 공포를 다시 불러일으키면서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욱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려는 계산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경제제재 완화와 핵 보유국 인정 등이라고 WP는 지적했다.

바이든 팀에 포진한 전직 당국자들과 외교관들이 한국과 일본 등 핵심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했던 경험이 있고, 이들이 한·일 양국에 오랜 인맥을 구축한 것은 장점으로 평가된다.

WP는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초반 시점에 북한의 도발을 견딘 뒤에 김 위원장에 핵 생산과 미사일 시험의 잠정 동결을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데 한·일과의 이런 관계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일시적인 핵·미사일 중단은 경제제재 완화와 북한의 핵 비축량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을 교환하는 다자 협상의 무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북한의 핵 억지력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질수록 김 위원장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은 더욱 힘들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최근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서 이룬 인상적인 발전을 감안한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협상력이 약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바이든 당선인이 문재인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할 경우 성공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