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국 위협 경시했다…중국 경험 없는 국방장관 지명”

입력 2020-12-10 07:11 수정 2020-12-10 10:45
‘흑인 최초’ 국방장관 지명 오스틴에 비판과 우려
“미국 최대 위협은 중국…오스틴, 중국에 준비 안돼”
“바이든, 중국 도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 책임론
인준 ‘험로’ 오스틴, 설상가상 중국 문제까지 겹쳐

마스크를 쓴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인수위원회 임시 본부로 사용하고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극장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지명자가 발언하는 것을 팔짱을 낀 채 듣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의 첫 국방장관으로 로이트 오스틴 전 중부사령관을 지명한 것과 관련해 미국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흑인 장성 출신인 오스틴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경우 ‘흑인 최초’ 국방장관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하지만 오스틴 지명자가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중국와 관련해 근무 경험이 없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떠올랐다.

불길은 오스틴 지명자를 발탁한 바이든 당선인에 번지고 있다. 이번 인선은 “잘못된 선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바이든 당선인이 중국의 위협을 경시하고 있기 때문에 오스틴 지명자를 발탁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됐다.

가뜩이나 오스틴 지명자의 상원 인준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중국 문제라는 새로운 암초가 등장한 것이다. 중국 위협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향후 인준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4성 장군 출신인 오스틴 지명자는 매우 풍부한 전투 경험을 쌓았다. 그는 미군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IS)를 격퇴시킬 때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중국·한국 등 동아시아 근무 경험이 특별히 없는 것이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한 것이다.

오리아나 스카일러 마스트로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바이든의 국방장관 지명이 잘못된 선택인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마스트로 연구원은 “오스틴은 명백히 안전한 선택”이라고 전제했다. 인종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바이든 당선인이 흑인이면서 훌륭한 경력을 갖춘 오스틴 지명자를 고른 것은 정치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마스트로 연구원은 “미국에게 가장 긴급한 안보 위협인 중국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국방장관을 선택한 것은 결코 안전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마스트로 연구원은 이어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도 아시아와 중국 문제에 대해 전략을 수립했었다”면서 “많은 사람들은 바이든도 중국 관련 전략을 세울 것으로 기대했다”고 밝혔다.

마스트로 연구원은 “그러나 바이든의 국방장관 지명은 그가 증대하는 중국의 도전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에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마스트로 연구원은 “훌륭한 국방장관은 중국과의 강대국 경쟁이라는 옳은 방향을 위해 조직을 잘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오스틴의 경력에서 그가 여기에 충분히 준비됐다는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마스트로 연구원은 국방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가 선택을 받지 못한 미셸 플로노이 전 국방차관이 적임자였다고 주장했다. 마스트로 연구원은 “미셸이 중동에서 전략적 실수에 관여됐으며 매파적 시각에 있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셸은 직업적 경력과 경험을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데 집중해왔다”고 강조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이날 ‘오스틴의 제한적 경험에 대해 질문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같은 주장을 펼쳤다.

폴리티코는 이 기사에서 “국가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이 앞으로 직면할 가장 긴급한 도전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 오스틴의 경험 부족을 놓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그 긴급한 도전은 바로) 점점 더 공격적인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국방 관료인 엘브리지 콜비는 폴리티코에 “이것(오스틴 지명)은 바이든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만큼 심각하고 긴급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콜비는 이어 “오스틴은 매우 훌륭한 군 경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아시아와 중국 문제와 관련해 리더십과 사고력에서 선두에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스틴 지명자는 이날 바이든 당선인과 함께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동맹과 협력할 때 가장 강력하다고 굳게 믿는다”면서 “국방부의 역할은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의 중요한 동맹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오스틴 지명자의 인준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법은 ‘민간의 군 통제’를 지키기 위해 미국 법은 군인 출신이 국방장관이 되기 위해선 퇴역 이후 7년이 지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스틴 지명자는 2016년에 군복을 벗어 퇴역한 지 4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오스틴 지명자가 펜타곤의 수장이 되기 위해선 이 법 규정에 대한 면제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바이든이 속한 민주당 내에서도 이 규정을 예외 없이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오스틴 지명자의 낙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중국 문제까지 더해진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