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차 유행’이 ‘피크(정점)’가 예상되지 않을 정도로 확산하고 있다. 수도권은 하루새 500명 넘는 확진자가 쏟아졌다. 중환자 수는 지난 2주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는 예전 같지 않다. 의료계는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위해 민간 대형병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86명 발생해 총 확진자 수가 3만943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2~3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유행’의 정점(2월 29일, 909명) 이후 284일 만에 최다 기록이자 3월 2일과 같은 수치로 역대 2번째 큰 규모다. 전체 신규 확진자의 79%(524명)는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수도권 일일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최근 일주일간 60세 이상 환자 수도 1287명 발생했다. 위중증환자는 지난달 26일(78명)에서 이날 149명으로 2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의 휴대전화 이동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 주말(5~6일) 동안 수도권 이동량은 2만7825건, 비수도권은 2만8687건이었다. 수도권의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직후였던 직전 주말(지난달 28~29일)과 비교하면 수도권은 오히려 이동량이 0.6% 증가했다. 비수도권은 5% 감소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거리두기 효과가 미미한 데 대해 “그만큼 수도권 내의 무증상감염, 잠복감염이 넓게 자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역사회 조용한 전파를 파악하기 위해 확진자 접촉력이나 의심증상이 없어도 선별진료소에서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확진자 급증에 의료계에서는 민간 대형병원이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좀 더 협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병원도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즉시 수도권에 밀집된 민간 상급종합병원부터 중증환자 대응을 위한 병상을 제공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급종합병원에는 중환자 진료 인력과 장비가 갖춰진 삼성서울병원, 신촌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빅5’ 병원이 포함돼 있다. 실제 정부도 상급종합병원에 중환자 병상을 10개가량 확보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날 서울에서는 중구 남대문시장 상가와 관련한 누적 확진자가 21명으로 늘었다. 종로구 음식점·노래교실과 관련한 확진자는 189명에 달했다. 성북구 뮤지컬 연습장 관련 확진자도 7명이 추가돼 총 33명이 감염됐다. 경기도에서는 군포시 제조업체에서 확진자가 25명 늘어 총 26명이 감염됐다. 충북 청주에서는 건강기능식품제조업체와 관련해 종사자, 가족 등 13명이 확진됐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