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염 약, 국내 첫 먹는 경증 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 확인

입력 2020-12-09 17:05 수정 2020-12-09 17:54
연합뉴스

췌장염 치료에 쓰이고 있는 대웅제약의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 메실레이트)이 경증 코로나19 환자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확인됐다.

소규모 관찰연구에서 코로나19 경증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칼레트라(에이즈약) 보다 더 뛰어난 항염증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증 환자에게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국내 최초 경구용(먹는) 약물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대웅제약은 국내 경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오프라벨(적응증 외 사용)처방 결과를 의학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에 조만간 게재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 8~ 9월 코로나19로 입원해 호이스타정을 투여한 환자 7명과 칼레트라정(성분명 로피나비르, 리토나비르)을 투여한 환자 22명을 비교해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분석했다.
칼레트라정은 에이즈(HIV) 치료제이며 현재 코로나19 경증 환자 치료제로 최근까지 가장 많이 사용돼 온 약물이다.

호이스타정 복용군과 대조군의 비교 분석은 염증 증상의 가장 민감한 반응 지표로 알려진 ‘C-반응성 단백질(CRP)’ 검사를 사용했다. CRP는 염증이 발생했을 때 간에서 만들어져 혈류로 분비되는 물질로, 염증의 정도가 심할수록 CRP 수치가 높다.
CRP 수치는 폐렴 등 인체 내 염증 수준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 코로나19 환자의 증상 악화를 판단할 수 있다.

각각의 약물 투여 후 CRP 수치를 비교한 결과 호이스타정 복용 군이 칼레트라정 복용 군에 비해 CRP 수치가 정상 범위로 조절되는 경향이 강함을 확인했다. 또 호이스타정 투여 후 환자의 발열 증상도 억제됐다.

호이스타정 복용군은 입원 당시 CRP 비정상 수치를 보였던 7명의 환자 중 6명(85.71%)이 정상 범위로 조절됐다. 반면 칼레트라정 복용군은 입원 당시 CRP 비정상 수치를 보였던 18명의 환자 중 11명(61.11%)이 정상 범위로 조절됐다. 입원 당시 CRP 정상 수치를 보였던 2명의 환자 중 1명(50%)이 정상 범위를 유지했다.

대웅 측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호이스타정의 우수한 항염증 효과를 확인했으며 이는 발열, 폐렴 등 코로나19 주요 증상의 개선 및 악화 방지 효과까지도 예상해 볼 수 있는 결과”라고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이번 연구는 호이스타정의 주성분인 카모스타트의 코로나19 환자에서 항염증 효과를 확인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호이스타정의 안전성 또한 확인됐다. 호이스타정의 기존 이상 반응으로 알려진 고칼륨혈증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코로나19 환자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임을 확인했다. 반면 칼레트라정의 흔한 이상 반응인 설사 증상에 대해서는 칼레트라 복용군 중 9명(40.91%)이 약물 투여 후 1회 이상 설사 증상을 경험했다. 호이스타 복용군에서 설사 증상이 발생한 환자는 없었다.

대웅제약은 현재 진행중인 호이스타정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시험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확보하고, 호이스타정이 경증 환자에게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국내 최초 경구 약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이스타정을 코로나 양성 환자에게 즉시 투여해야 하는 약제일 뿐만 아니라 밀접 접촉자, 증상 의심자 및 자가 격리자들에게 가장 빨리 투약해야 하는 코로나19 1차 약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은 “호이스타정은 안전하고 즉시 투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의 '타미플루'와 같은 약제로, 2상 임상결과는 이달 중순쯤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후 3상임상을 곧바로 추진하겠다”며 “코로나19 치료 효과 및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한 뒤 내년 1월부터 환자들에게 코로나19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