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급격한 재확산에 따라 서울시가 오후 9시 이후 대중교통 운행을 30% 감축하면서 귀갓길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영하권 날씨에 식당과 카페도 문을 닫아 추위를 피할 곳이 없어 더욱 곤혹스럽다. 그럼에도 시민 대부분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버스에 이어 지하철 감축 운행이 시행된 직후인 지난 8일 오후 9시40분. 서울역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4)씨는 20분째 인천으로 가는 1100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보통 오후 11시 전엔 이렇게 대기 시간이 길지 않았는데 오늘은 오후 10시도 안돼 ‘60분 후 도착’이라는 메시지가 전광판에 떴다”며 “평소보다 배차 간격이 확실히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소 얇은 정장 차림으로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던 김씨는 “카페에라도 들어가서 기다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집합금지 상태라 추위를 피할 곳이 전혀 없다”며 “날이 더 추워지면 정말 난감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내일부터는 배차 시간을 잘 확인하고 사무실을 나서야겠다”고 덧붙였다.
고향에 내려갔던 대학생 이모(22)씨는 이날 오후 10시쯤 KTX로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둘러 기차역을 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도착한 이씨를 맞이한 건 ‘40분 후 도착’이라는 전광판 메시지였다. 이씨는 “다행히 나는 다른 일정이 없어 40분 정도 기다릴 수 있지만 급한 사정이 있는 시민들은 많이 당황스러울 것 같다”며 “택시비도 만만치 않아 일반인에게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28·여)는 오후 10시에 일을 마치자마자 병원 정문에서 택시를 탔다. 지하철로 45분 거리에 사는 A씨는 지친 몸을 이끌고 평소보다 더 오래 지하철을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A씨는 “그나마 우리 병원은 야근자에게 택시비를 일부 지원해줘서 다행”이라며 “교통비 지원이 전혀 없는 중소병원으로 출퇴근하는 간호사도 굉장히 많은데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역 인근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광역버스 기사 B씨는 최근 심야시간 시민의 이동량이 급감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는 “지난달만 해도 이 시간대에 서울역에서 적어도 대여섯 명이 탑승하곤 했는데 이달 들어선 손님이 한 명도 타지 않을 때가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다만 B씨는 야간 대중교통 운행 축소 정책이 오히려 특정시간 대의 이용 밀집도를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된 이후 오후 9시 이전 버스 탑승객이 이전에 비해 급격히 늘었다”며 “버스 안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나면 감염자나 전파자를 찾기도 힘들기 때문에 이용객을 분산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