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 펀드 ‘백화점식’ 정책·투자 극복해야”…지속성이 관건

입력 2020-12-09 16:39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대회의실에서 김병욱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와 국민일보 공동 주최로 ‘K뉴딜 성공을 위한 금융의 역할’정책 포럼이 개최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한 국민참여형 뉴딜 펀드의 도입 필요성, 국민과 금융회사의 참여 방안, 제도 개선 및 규제혁신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참석자 좌석마다 플라스틱 가림막을 설치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 수칙을 준수했다. 윤성호 기자

9일 ‘K뉴딜 성공을 위한 금융의 역할’ 포럼에서는 한국판 뉴딜 펀드의 투자 방향과 사업성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정책형, 인프라형, 민간으로 나뉘는 뉴딜 펀드 개념과 구조를 두고 아직 혼선이 있고, 투자 대상이 다소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판 뉴딜 같은 대규모 국가 사업은 지속성이 관건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우상현 KB금융그룹 전무는 “K뉴딜 사업은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금융기관 입장에서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기회”라면서도 “뉴딜 펀드의 경우 원래 장기 인프라 투자 중심이었다가 국민참여형 펀드가 포함되면서 혼돈이 있었다. 다소 ‘백화점식’ 정책 발표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치 정립을 명확히 한 뒤 금융 및 제도 지원을 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신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장은 뉴딜 펀드의 투자 대상 중복과 과잉 투자 문제를 지적했다. 김 팀장은 “민간 뉴딜 분야에 경우 벤처캐피털(VC) 투자가 정보통신기술 25.4%, 바이오·의료 부문 25.8%, 이 외 배터리, 인터넷, 게임 등으로 편중된 상황”이라며 “뉴딜 펀드 취지에 맞게 투자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 투자가들이 뉴딜 펀드에 투자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건주 한국교직원공제회 기금운용전략실 기획팀장은 인프라 펀드 관련 “기존처럼 임대형 민자사업(BTL)에 투자할 경우 기대보다 낮은 수익률(1~2%)이 예상된다”며 “데이터센터, 물류 단지 등으로 외연 확대가 필요하겠지만, 현재 기관은 유사 인프라 시설 등에 대한 투자에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원종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 투자정책전문위원장은 “근본적으로 뉴딜 펀드의 취지와 방향성을 지지한다”면서도 “그런데 펀드 수익률이 보장되는 좋은 상품이고 규제 개선까지 뒤따른다면 왜 국민연금 투자가 필요할까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정책이기 때문에 투자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게 국민연금의 기조이고, 일반 펀드 입장에선 특혜성으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토론에서 사회를 맡은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뉴딜 분야 투자의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디지털, 환경 분야 모두 장기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기관이든, 민간이든 ‘거버넌스(governance)’ 주기가 짧으면 제대로 사업 추진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논의에 대해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뉴딜의 기본 컨셉은 경제, 사회에 유익한 효과를 주지만, 민간에서 투자하기엔 수익성이 낮은 산업에 대해 정부가 적정 수준에서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라며 “향후 주력 산업이 IT에서 디지털, 환경 분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을 했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나온 투자 가이드라인은 뉴딜 펀드가 투자할 수 있는 범위 정도”라면서 “구체적인 투자 대상과 세부 계획은 뉴딜 펀드 취지에 부합하는 민간의 제안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딜 펀드 상품 관련 구체적인 제안들도 나왔다. 차종현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프로젝트 사업이 발굴될 수 있도록 일명 ‘인프라 벤처 펀드’를 조성하면 소형 사업자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종군 한국성장금융 전무는 “만기가 최장 20~30년인 인프라 펀드를 개인이 투자하는 건 현실성이 없는 만큼, 기간을 줄여 판매하는 아이디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