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뉴딜펀드를 성공시키려면 초대형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나 은행·보험사의 부동산 투자 한도를 늘리는 등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효섭(사진)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K뉴딜 성공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국민참여형 뉴딜펀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간 금융사의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민간 금융사 참여를 높이기 위해 초대형 IB(증권사)의 뉴딜 관련 신용공여 한도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증권회사 기업신용공여를 리테일신용공여와 기업신용공여로 분리하고 뉴딜 관련 기업신용공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 경우 최대 10조~20조원 규모의 뉴딜 신용공여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현재 초대형 IB의 신용공여 한도는 주식담보대출·일반기업대출을 비롯한 일반신용공여 한도 100%, 기업금융·중소기업 신용공여 100%로 구분돼 있다. 이런 규제가 기업 부문 자금 공급 활성화를 가로막는다는 게 이 실장 설명이다.
그는 은행과 보험사의 뉴딜 관련 부동산·인프라 투자 한도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은행의 경우 채무증권·지분증권 투자는 자기자본의 100%로 제한하고, 부동산 소유는 원칙적으로 금지다. 보험회사는 자기자본의 25%까지만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이 실장은 주요 투자처가 뉴딜 프로젝트로 인증을 받고 투명성과 안정적 현금흐름을 갖춘 인프라펀드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의 채무보증을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뉴딜 관련 사업 및 기업에 채무보증을 해주는 경우 증권사의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100%) 규정에서 제외해주자고도 제안했다.
뉴딜 관련 프로젝트 및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하는 경우나 뉴딜 관련 부동산펀드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해 위험값을 낮춰 신규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 한도를 완화하더라도 매우 높은 위험값을 잡으면 실제 투자가 어렵다”며 “건전성 규정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를 통한 뉴딜펀드 안정성 확보도 강조했다. 뉴딜펀드의 환금성을 높이고 회수시장을 활성화하자는 게 골자다. 이 실장은 “정책형 뉴딜펀드, 뉴딜 인프라펀드는 폐쇄형 펀드로 설계돼 환금성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며 “뉴딜펀드를 거래소에 상장 시키고 회수할 수 있는 제도를 뒷받침하면 투자자들이 손쉽게 환매해서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투자자금의 투자 기간 수요가 3~7년임을 고려해 민간 참여자의 펀드 만기를 5~7년으로 한정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후 기간은 정책자금과 금융회사, 기타 전문 사모투자자 유치를 고려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해서는 환경·기후 관련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등 공시의무를 국제적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설립 논의 중인 녹색금융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환경 관련 공시 규제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이 실장은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을 위해 정부 차원의 TCFD(기후변화위험 재무공시를 위한 태스크포스팀) 대응 환경 공시 지원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며 “환경·기후 관련 정보의 국제적 정합성 제고로 국내 기업의 신뢰성 및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