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이 광범위한 독감 바이러스 변종에 효과가 있는 ‘범용 독감백신’ 1상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최종 개발에 성공하면 매년 백신을 맞지 않아도 독감의 위협에서 자유로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NBC방송은 8일(현지시간) 뉴욕 마운트 시나이 의과대학 플로리안 크래머 미생물학 교수팀이 이 같은 신종 독감백신의 임상시험 1상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의학 전문지 ‘네이쳐 메디신’에 개재됐다.
크래머 교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독감 바이러스의 막대사탕처럼 생긴 표면단백질 헤마글루티닌 줄기의 끝부분을 이용했다. 기존 백신은 표면단백질의 줄기 부분이 아닌 돌출된 머리 부분을 이용해왔다. 이 부분은 둥근 모양을 갖고 있어 면역체계가 만드는 항체가 결합하기 쉽지만 돌연변이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백신 제조회사들은 이 머리 부분을 ‘움직이는 표적(moving target)’이라 부르며 매년 변종에 대응해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반면 줄기의 끝부분은 모든 독감 바이러스 변종들이 비슷한 모양을 공유하기에 이를 활용한 ‘범용 백신’이 개발되면 매년 새로운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크래머 교수는 “모든 종류의 독감 변이에 대한 방어력을 갖춘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이 1상에서라도 좋은 결과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계절독감은 물론 잠재적인 팬데믹급 독감에도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원자 66명을 대상으로 한 1상 임상시험에서는 최소 18개월간 면역 반응이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긴 면역기간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지도 않았다. NBC는 새 백신에 대해 “광범위하며 강력하고 장기간 지속되는 면역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부작용 측면에서도 일시적 근육통과 피로, 두통 등 현행 백신과 비교해 크게 두드러지는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혈액 샘플 분석 결과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키는 생백신은 죽은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불활성 사백신보다 면역 반응이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 2상과 3상 임상시험에서는 불활성 사백신을 이용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