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분 간격으로 티샷 4발씩… US여자오픈 낯선 풍경

입력 2020-12-09 15:36
지난해 US여자오픈 우승자 이정은이 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챔피언스 골프클럽 연습라운드 3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한국 여자골프가 제75회 US여자오픈에서 패권을 지키고 코로나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까. 사상 처음으로 12월에 개막해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편성된 US여자오픈에서 2연패와 통산 11번째 우승을 조준한다. 이번 대회는 세계 ‘투톱’인 고진영(25)·김세영(27)의 랭킹 1위 쟁탈전인 동시에 최혜진(21)·임희정(20) 같은 차세대 강자들의 국제 경쟁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분 간격으로 쏘는 4발의 티샷

개최지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챔피언스 골프클럽. 조 편성과 티오프 시간은 9일(한국시간) 확정됐다. US여자오픈 주관 단체인 미국골프협회(USGA) 홈페이지 1·2라운드 조 편성 결과를 보면, 첫 조는 11일 오전 0시20분에 출발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출발 지점이 4개나 된다는 사실이다.

USGA는 출전자 156명을 3명씩 52개 조로 나눴다. 그중 절반인 26개 조는 챔피언스 골프클럽의 사이프러스크리크코스(파71·6731야드)에서, 나머지 절반은 잭래빗코스(파71·6558야드)에서 각각 출발한다. 각 코스에서도 출발 지점은 1번과 10번 홀로 나뉜다. 첫 조부터 11분 간격으로 4개의 샷이 동시에 날아오르는 셈이다.

지난해까지 6월에 개최한 US여자오픈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2월에 처음 편성하면서 빚어지게 된 진풍경이다. 개최지인 휴스턴은 멕시코만을 낀 미국 남부 연안도시지만 겨울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섭씨 15도 안팎으로 떨어졌고, 낮도 짧아졌다. 예상되는 일몰 시간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5시20분. 코스를 2개로 분할한 진행 방식은 일몰에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골프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컷오프로 출전자를 줄일 3라운드부터는 사이프러스크리크코스에서만 경기가 펼쳐진다.

이런 진행 방식은 고진영·김세영 같은 톱랭커들에게도 낯설 수밖에 없다. 고진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골프를 시작하고 17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라고 했다. 김세영은 “코스가 2곳이어서 더 많은 준비를 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랭킹 1위 쟁탈전과 경쟁력 시험대

고진영은 11일 오전 1시37분 사이프러스크리크코스 1번 홀에서 재미교포 대니얼 강·안나 노르드크비스크(스웨덴), 김세영은 오전 1시48분 잭래빗코스 10번 홀에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브리트니 올터마레이(미국)와 각각 같은 조를 이뤄 출발한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김세영을 상대로 랭킹 방어전을 펼친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포인트에서 평균 7점대에 있는 선수는 고진영(7.6900점)과 김세영(7.3783점)뿐. 둘의 간격은 0.3117점 차이로 좁아졌다. 이번 대회는 올해 랭킹 1위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맹위를 떨치는 20대 초반의 젊은 강자들은 해외 강자들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 KLPGA 투어 대상 3연패를 달성한 최혜진은 브룩 헨더슨(캐나다)·리젯 살라스(미국), 임희정은 미국 최강자인 렉시 톰슨·넬리 코다와 각각 동반 라운딩을 펼친다. 데뷔 2~3년차인 이들의 샷과 퍼트 하나하나는 앞으로 진출할 LPGA 투어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지난해 US여자오픈 우승자인 이정은(24)은 오전 1시37분 사이프러스크리크코스 10번 홀에서 시부노 히나코(일본)·가브리엘라 러플스(호주)와 함께 티샷한다.

이정은은 지난해 6월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 통산 10번째 우승을 달성한 ‘디펜딩 챔피언’. 올해 타이틀 방어에 나서게 됐다. 이정은은 “조금 더 떨리기도 한다. 잘하고 싶지만 차분하게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