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경제고문이 중국이 사상적 강국이 되려면 학계에 더 많은 자유와 융통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에 대한 공개적인 쓴소리는 시진핑 국가주석 시대 보기 드문 일이다.
중국 정부 경제자문기구인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CCIEE)의 천원링 총경제사는 지난 주말 열린 세미나에서 중국 학계의 경직된 분위기를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그는 “중국이 향후 5년간 사상적 강국이 되기를 원한다면 실수를 용인하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총경제사는 또 “요즘 정부 관리들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같은 목소리를 낸다”며 “심지어 학계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방향성은 있어야겠지만 그러한 틀 아래 폭넓은 표현이 허용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CCIEE는 중국 국영기업과 민간기업들로 구성된 싱크탱크로 경제 기획 부서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직접 관리한다.
천 총경제사의 연설 내용은 2025년까지 적용될 14차 5개년 경제발전 계획을 논의한 세미나가 끝난 뒤 CCIEE가 공개했다. SCMP는 “중국 학계에 적용되는 엄격한 모니터링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이례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학술기관은 연구원들의 해외 출장에도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출장 기간이 정해져 있고 해외 인터넷 사이트 접속도 제한된다. 이러한 현상은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미‧중 양국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상대국의 방문학자와 연구원들에 대한 비자 발급에 제한을 두고 있다.
천 총경제사는 “우리는 해외 출장을 5일만 갈 수 있다. 만약 미국에 간다면 오가는 데 이틀이 걸려 3일밖에 일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시한을 넘기면 징계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우방인 파키스탄에 세미나 참석차 방문했을 때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파키스탄 방송사와 인터뷰한 뒤 그들이 영상 링크를 보내줬는데 열어볼 수 없었다”며 “형제의 나라에서 보낸 링크조차 열 수 없는데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세계에서 위상을 높이려면 공개적이고 자유로운 데이터 흐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