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계산없는 망언”…6개월만에 南 비난한 김여정

입력 2020-12-09 12:37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북한 코로나19 대응 관련 발언에 반발하며 남북 관계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와 미국 정권교체로 예민한 시기에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가 자신들의 체제와 ‘최고존엄’을 사실상 공개 비판한 데 불만을 표시했다는 평가다.

김 제1부부장은 9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문에서 최근 있었던 강 장관의 발언을 거론하며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남북) 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일(현지시간)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최한 '마나마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김 제1부부장은 특히 “그 속심 빤히 들여다보인다”며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가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이 대남 비난에 나선 것은 약 6개월 만이다.

강 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최한 중동 지역 국제안보포럼 ‘마나마 대회’에 참석해 “코로나19가 북한을 더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북한 사회의 폐쇄성과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또 북한이 코로나19 환자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통제에 집중하고 있다며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북한은 이번 발언을 체제와 최고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하고 김 제1부부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김 제1부부장은 오빠 김 위원장의 권위가 훼손됐다고 판단될 경우 대남 비난 담화문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환자가 없다고 밝혔는데, 강 장관이 이에 대한 의문을 공개적으로 표하고 체제 비판적 발언까지 하자 김 제1부부장이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한 명의 악성비루스(바이러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북한은 김 제1부부장의 담화문을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없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하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6월 국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비판하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문을 노동신문 1면에 게재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조 위원은 이에 대해 “코로나19에 미국 정권교체기까지 겹치면서 국내외 상황이 복잡한 만큼 우리와의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