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계의 큰 손 중 하나로 불리는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타 플레이어 폴 포그바와 관련해 또다시 입을 열면서 구단 내외부 인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과거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 포그바가 맨유를 떠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던 그의 언사로 또다시 구단 안팎이 시끄러워지는 모양새다. 라이올라와 맨유, 포그바 사이 9일까지 수년간 오간 발언들을 정리했다.
퍼거슨 “포그바는 맨유를 존중하지 않았다”
포그바는 이미 유소년 시절부터 라벨 모리슨 등과 함께 맨유 유소년 최고의 재능으로 꼽혔다. 그러나 은퇴 복귀한 폴 스콜스를 비롯해 기존 맨유 1군 선수들 사이에서 선발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던 중 2012년 유벤투스로 이적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건 물론 라이올라였다.
그의 이적이 결정된 2012년 7월 당시 퍼거슨 감독은 “구단이 파악하기로 포그바는 실망스럽게도 오래 전에 유벤투스와 계약했다”고 언론에 말했다. 그는 “포그바는 우리를 존중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솔직히 (포그바의 이적이) 만족스럽다(happy)”며 날 선 공격을 했다.
퍼거슨 “라이올라, 만난 순간부터 역겨웠다”
2015년 9월 퍼거슨 감독은 감독직 은퇴 뒤 자서전을 출간했다. 자서전에서 그는 포그바의 이적 관련해 라이올라를 언급했다.
그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에이전트가 한두 명 있다. 포그바의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는 그중 하나”라면서 “만난 순간부터 역겨웠다”고 적었다. 퍼거슨 감독은 또 과거 자신이 포그바와 계약을 연장하려 했지만 라이올라가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포그바 측, 맨시티 이적 제안했다” 주장에…포그바 “뭐라고?”
맨유의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포그바와 라이올라 관련된 발언이 나왔다. 2018년 4월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양 팀 간 더비 경기를 앞두고 앞선 겨울 이적 시장 중 포그바 측으로부터 영입해달라는 제안이 왔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과르디올라 감독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상대 사기를 흔들려 한다는 해석도 있었다.
포그바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 자신의 SNS에 “뭐라고?(Say what?)”라고 적으며 이를 간접 부인했으나 명시적으로 이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라이올라는 당시 과르디올라 감독과 포그바 이적 관련해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포그바를 이적시키려 한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았다.
무리뉴도 분노한 라이올라
2016년 맨유로 복귀한 포그바는 주제 무리뉴 감독과 자주 충돌했다. 2018년 9월에는 무리뉴 감독이 맨유 훈련장에서 포그바와 부딪히는 영상이 보도됐다. 이후 무리뉴 감독은 포그바에게 잠시 맡겼던 주장직을 박탈했다.
공개 석상에서 무리뉴 감독은 “그 어떤 선수도 구단보다 우선하지 않는다”고 포그바를 비판했지만 이어 “포그바는 좋은 선수다. 팀에는 좋은 선수가 필요하다”고 감싸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10월 맨체스터이브닝뉴스는 포그바가 “귀 기울이는(listens to)” 사람들을 향해 무리뉴 감독이 비난을 퍼부었다고 보도했다. 물론 에이전트인 라이올라를 가리킨 보도였다.
포그바 “다른 곳에서 도전할 시기가 됐다”
포그바는 지난해 여름 프리시즌 기간에 이적 관련해 직접 입을 열었다. 올레 구나 솔샤르 감독의 부임 뒤 맹활약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으나 이내 다시 부진에 빠진 채 시즌을 마치고 나서다.
지난해 6월 포그바는 개인 일정으로 일본 도쿄를 방문하던 중 기자들에게 “이번 시즌 맨유에 와서 가장 좋은 활약을 했다”면서 “다른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포그바는 맨유로 귀환하기 전 활약했던 유벤투스를 비롯해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설이 돌고 있었다.
라이올라도 여기 말을 얹었다. 라이올라는 한 달 뒤 포그바가 프리시즌 훈련에 불참하자 일간 더타임스에 “포그바가 떠나고 싶어하는 건 누구나 안다. 우리는 그 일을 진행 중이다. 포그바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모두가 안다”고 말했다.
라이올라 “포그바는 맨유 소유물 아냐”
지난 2월 라이올라는 포그바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할 수 있다고 또다시 언급했다. 맨유는 3개월 전 라이올라가 관리하는 유럽 최고의 유망주 공격수이자 솔샤르 감독의 제자였던 얼링 할란드를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뺏긴 터였다. 솔샤르 감독은 “포그바는 라이올라가 아닌 우리 선수”라고 응수했다.
라이올라는 즉각 SNS에 “포그바는 솔샤르의 죄수가 아니다”고 받아쳤다. 그는 “포그바는 내 것도 아니고 솔샤르의 소유물도 아니다. 포그바는 포그바 자신의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적 관련해서는 선수 개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라이올라 “포그바는 이적 안 해”
포그바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적할 것이라 말하던 라이올라는 정작 여름이 되자 말을 바꿨다. 그는 지난 8월 “포그바는 맨유의 핵심선수다. 맨유는 중요한 계획이 있고 포그바는 그 계획에 100% 포함됐다. 맨유는 포그바를 향한 어떤 이적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곧 새 계약 관련해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재계약 의사까지 밝혔다.
포그바 “레알에서 뛰는 게 꿈”
포그바는 라이올라가 재계약을 언급한 지 2개월 만에 또 종잡을 수 없는 발언으로 맨유 팬들을 자극했다. 앞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한 그는 프랑스 대표팀 소집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레알 마드리드 이적 의사 관련 질문을 받자 “어떤 선수라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싶어할 것이다. 내게 (레알에서 뛰는 건) 꿈이다. 언젠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포그바의 발언 불과 며칠 뒤 맨유는 포그바와의 계약에 걸려있던 1년 계약연장 조항을 발동해 기간을 2022년까지 늘렸다.
라이올라 “포그바는 맨유 떠나야 해”
가장 최근에 나온 포그바의 이적 관련 발언은 라이올라에게서였다. 라이올라는 최근 이탈리아 매체 투토스포르트에 “1년 반 사이 포그바의 계약은 끝난다. 하지만 맨유에게 최고의 선택은 다음 이적시장에서 포그바를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맨유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 달린 RB 라이프치히전을 앞두고 있던 차에 나온 발언이라 파문이 컸다.
맨유 주장 출신인 해설가 게리 네빌은 SNS에 “포그바는 라이올라가 이런 발언을 할 줄 알았을까? 아니라면 라이올라의 발언을 곧 정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라이프치히전과 맨체스터 더비를 앞두고서 끔찍한 시점에 벌인 짓”이라고 비판했다. 포그바는 라이올라의 발언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