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측정을 피해 도망갔던 현직 경찰이 10시간 후 자진 출석해 음주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음주 측정 거부와 도주 혐의는 적용할 수 없을 방침이다.
9일 광주 북부경찰서는 지난 7일 음주단속을 피해 도주했다가 다음 날 자진 출석한 A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경위는 7일 오후 10시30분쯤 광주 북구 양산동의 음주단속 현장에서 도주했다. 그는 운전 중 단속 현장을 목격하고 차량을 유턴해 도주하다 순찰차를 타고 추격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음주 측정 장소에 도착해 순찰차에서 내린 A씨는 곧바로 경찰관들을 피해 도주했다. 그는 4~5m 높이의 옹벽을 뛰어내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경찰은 차량 등을 수색해 도주한 A씨가 광주북부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현직 경찰관임을 인지했다. 이후 A씨의 자택 등을 방문했지만 그의 행적을 찾을 수 없었다.
A씨는 도주 약 10시간 뒤인 8일 오전 8시30분쯤 광주북부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석 후 실시된 음주 측정에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였다.
그러나 경찰은 도주한 정황 등을 근거로 A씨를 음주 의심자로 봤다. 경찰이 행적 조사에 착수하자 A씨는 운전대를 잡기 전 지인과 술집에 갔던 사실을 인정하며, 술집에서 계산한 영수증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술집의 내부 CCTV를 확보해 화면을 토대로 A씨가 마신 술의 양을 파악할 예정이다. 마신 술의 농도,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운전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추정치를 계산할 ‘위드마크’ 공식이 활용된다. 알코올 농도 추정치가 처벌 최소 기준치인 0.03% 이상이 나오면 A씨는 음주운전 혐의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음주 측정을 피하려 도주한 부분은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단속 경찰관이 음주 측정 개시를 3차례 알리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A씨에게 측정 거부 혐의를 적용할 수 없게 됐다. 또 미란다원칙을 알려 신병을 확보한 상태가 아니었던 탓에 도주죄도 적용할 수 없다.
다만 술을 마시고 이를 감추기 위해 도주한 행위와 코로나19 거리두기 내부 지침을 어기고 술자리를 가진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 내부차원의 징계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