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에서 4교시 탐구과목 종료종이 애초 알려진 ‘2분’이 아닌 ‘4분’ 일찍 울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해를 호소한 수험생은 “재발 방지를 위한 매뉴얼 마련과 교육 당국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험생 A씨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4교시에는 한국사와 탐구영역을 치르는데 오후 3시30분부터 시작하는 제1탐구영역 시간에 벌어진 일”이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종료 5분 전에 학교에서 안내방송으로 5분 남았다는 것을 알려줬다. 제 손목시계를 확인했을 때도 오후 3시55분이 맞았다”면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계획을 세운 뒤 문제를 풀던 중 돌발상황으로 인해 모든 게 꼬였다고 했다.
A씨는 “누가 봐도 5분이 되지 않았을 무렵 갑자기 종료종이 울렸다”며 “제가 그날 고장에 대비해 손목시계를 2개나 차고 있었는데 두 시계가 다 오후 3시5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5분 남았다는 안내방송이 나온 지 1분 만에 종료종이 울렸다는 것이다. 이어 “시험지를 회수하러 온 감독관에게 ‘제 시계는 아직 4시가 안 됐다’고 말씀드렸더니 ‘학생 시계가 고장 난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그래서 다시 제 시계를 확인해 보니 그때까지도 오후 4시가 채 되지 않았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갑자기 또 ‘죄송합니다. 종료령이 잘못 울렸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며 “감독관님들이 그때부터 ‘이거 본인 시험지 맞아요?’라고 물어보며 시험지를 다시 나눠줬는데 지연된 시간이 몇 분인지, 추가로 몇 분을 주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너무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A씨는 ‘내가 어디까지 풀었지’ ‘다음에 또 뭘 해야 했지’ 등의 생각만 떠올라 시험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마킹 시간이 부족해 마지막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A씨는 “(시험지를 다시 나눠주는 과정에서) 다른 수험생의 시험지를 받아든 수험생도 있었다”며 “혹시라도 선택한 영역이 같았다면 다른 학생의 답을 볼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찍어서 낸 마지막 문제는 배점 3점짜리였다”면서 “수험생 입장에서는 그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제1탐구과목이 끝나고 쉬는 시간 없이 시험지 교체시간 2분만 주어진 뒤 제2탐구영역이 시작됐다. 안내방송에서는 지연된 시간을 더 주겠다고 했지만, 정확히 몇 분이 부여된 건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험이 끝났고 언제 제2탐구가 시작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2탐구가 시작됐다”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로 이미 ‘망했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평소 탐구영역 훈련을 많이 한 편이라 굉장히 자신 있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낮은 등급을 받게 됐다”며 “30분을 처음부터 끝까지 푼 학생과 26~27분에 플러스알파로 푼 학생은 리듬이 깨져서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내가 지원한 학교의 수시 영역에서 요구하는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해 원하던 대학을 못 가게 됐다”고 한 A씨는 “탐구영역은 1점으로 표준 점수 등이 다 갈리는 싸움”이라며 정시를 노리는 수험생도 타격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종료령이 울렸을 때 오후 3시56분이었다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수험생들도 똑같이 하는 이야기”라며 “교육 당국은 ‘어떻게 할 수 없다’ ‘매뉴얼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매뉴얼을 수정하고, 누군가 책임을 지거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덕원여고에서 수능을 치른 수험생 중 일부는 탐구 제1선택과목 종료령 오류에 대한 단체 소송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험장 본부의 착오로 종료령을 일찍 울린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학교에 주의를 줬고, 관련인 조사 등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수험생 구제 방안 마련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