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8조 들인 모세도 못 막았다…또 잠긴 베네치아

입력 2020-12-09 10:09 수정 2020-12-09 10:27
광장에서 포착된 인부들. 2020. 12. 08. 로이터

이탈리아의 수상 도시 베네치아에서 또다시 물난리가 벌어졌다.

8일(현지시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이날 오후 베네치아에 140㎝가 넘는 조수가 밀어닥쳐 도시 전체가 물바다가 됐다. 도시의 랜드마크인 산마르코광장에도 성인의 무릎 높이까지 바닷물이 들어차며 출입이 통제됐다.

이번 침수는 이탈리아 정부가 60억 유로(약 7조8940억원)를 투자해 만든 홍수 예방시스템(MOSE·모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했다. 모세는 17년의 공사 끝에 올 상반기 완공된 홍수 예방시스템으로 최대 3m의 조수까지 차단할 수 있다.

규정상 예보된 조수 높이가 130㎝ 이상일 때 홍수 예방시스템이 가동된다. 당국은 이날 아침 조수가 최고 122㎝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해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아드리아해 북동쪽에서 계절풍이 불어 갑자기 조수가 높아졌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도시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일어났다.

성인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물. 2020. 12. 08. 로이터

성인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물. 2020. 12. 08. 로이터

당국이 규정과 지침에만 의존해 홍수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홍수 예방시스템 가동 조수 기준을 수위 120㎝ 안팎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전문가는 7일 예보된 수위가 125㎝였다는 점을 들어 “5㎝ 때문에 1500만 유로(약 197억원) 규모의 피해를 초래한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물난리 속 걸음을 옮기고 있는 베네치아 시민들. 2020. 12. 08. 로이터

물난리 속 걸음을 옮기고 있는 베네치아 시민들. 2020. 12. 08. 로이터

베네치아는 매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수가 상승하는 ‘아쿠아 알타’로 상습적인 물난리를 겪는다. 수위가 120㎝를 넘어서면 침수 피해 등이 불가피하다.

베네치아는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조수가 187㎝까지 불어나며 도시의 80% 이상이 침수되는 피해를 봤었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