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최초 전투사단 장성·육군 참모차장 등 지내
한국 등 동아시아 근무 경험 없는 것으로 알려져
‘퇴역 후 7년 지나야 장관’ 법 규정, 인준 걸림돌
미국 군대에서 흑인 군인의 최초 기록을 여러 번 세웠던 인물이 바이든 행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에 발탁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8일(현지시간) 4성 장군 출신의 로이드 오스틴 전 중부사령부 사령관을 국방부 장관에 공식 지명했다고 바이든 인수위원회가 밝혔다.
오스틴 지명자는 미국 군대 내의 인종 차별을 극복한 흑인 군인의 살아있는 역사로 평가받는다. 그에게 ‘흑인 최초’라는 타이틀은 매우 익숙하다.
그런 오스틴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경우 미국 최초의 흑인 국방장관이라는 또 하나의 신기록을 세운다.
다만, 오스틴 지명자는 한국 등 동아시아 근무 경험은 특별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인수위는 오스틴 지명자가 흑인 최초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을 작전지역으로 삼고 있는 미군 중부사령관을 지냈다고 밝혔다. 오스틴 지명자는 또 미국 육군 전투사단의 흑인 최초 장성이었으며, 흑인 최초로 전투 군단을 이끌었고, 흑인 최초의 육군 참모차장을 지냈다.
바이든 인수위는 오스틴 지명자가 미군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IS)를 격퇴시킬 때 ‘최고 설계자’로 활동했다고 극찬했다.
오스틴 지명자는 1975년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이후 41년 동안 군에서 복무한 뒤 2016년 전역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스틴 지명 사실을 알리면서 “그는 모범적인 리더십과 인격, 통솔력을 갖췄다”고 치켜세웠다. 바이든 당선인은 또 “오스틴 장군의 평생에 걸친 헌신적인 군 복무 기간, 우리는 백악관 상황실과 해외의 미군 부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면서 “그는 미국이 ‘힘의 본보기’가 아니라 ‘(좋은) 본보기의 힘’으로 이끌 때 가장 강력하다는 나의 깊은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부통령 시절이던 2010년 오스틴 지명자가 이라크 주둔군 사령관에 기용됐을 때 바그다드에서 열린 취임식에 직접 참석했을 정도로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첫 국방장관 자리는 ‘최초’끼리의 대결이었다. 당초 미국 언론들은 백인 여성인 미셸 플루노이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플루노이는 백인이라는 것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한 데다 방산업체들과 연결돼 있다는 비판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인종적 다양성을 강조했던 바이든 당선인이 국무·재무장관 자리에 백인들을 발탁하면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국 행정부의 ‘빅4’ 자리 중에서 남은 두 자리인 법무·국방장관 중에 비(非) 백인이 기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고, 오스틴 지명자가 그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오스틴 지명자가 미국 최초의 흑인 국방장관이 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 법은 군인 출신 인사가 국방장관이 되기 위해선 퇴역 후 7년이 지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퇴역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오스틴 지명자가 펜타곤의 수장이 되기 위해선 이 법 규정에 대한 면제 승인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이 면제 승인을 받아 국방장관이 된 사람은 1950년 조지 마셜과 2017년 짐 매티스 등 등 2명밖에 없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런 논란을 의식해 미국 언론매체 애틀랜틱에 보낸 ‘내가 오스틴을 국방장관으로 선택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국가가 직면한 막대하고 긴급한 위협과 도전을 생각할 때 신속한 인준이 필요하다”며 의회의 면제 승인을 호소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또 기고문에서 “우리는 오스틴처럼 군대는 국가 안보의 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면서 “그(오스틴)와 나는 군대를 최후의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외교관과 전문가들이 외교정책을 주도할 수 있게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약속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진보 진영 내에선 오스틴 지명자가 퇴역 후 군수업체 레이시온의 이사회에서 활동했던 것에 대해 불만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