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을 통해 연일 정부·여당을 향한 쓴소리를 쏟아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아마도 12월이 지나면 페이스북도 그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논쟁 자체보다 ‘새로운 진보는 무엇인가’를 기획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8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태생이 진보고 좌파”라며 “내 심장은 왼쪽에서 뛰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한 번도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준 적이 없다. 87년 이후로는 딱 한 번 있었다. 2012년 야당의 단일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아닌 정의당이나 민주노동당 같은 ‘진보 정당’을 지지해 왔다는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을 비판하는 이유가 집권 세력이기 때문에 그런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동의했다.
그는 “사실 민주당도 야당 시절 굉장히 지나친 일들을 많이 했지만 그런 건 무해하다. 그들에겐 권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권력을 잡게 되면서다. 권력은 절제된 행사가 필요하다. 권력이 절제를 못하면 지금 벌어지는 이런 사태들이 벌어지는 거다. 그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페이스북 글이 매번 기사화되는 것에 대해선 “그 원인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며 “내가 아니더라도 이 역할은 누군가 하고 있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말을 못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권의 눈에 나는 발언을 하면 이른바 ‘팬덤’이 몰려와 양념을 치는데, 웬만한 맷집을 갖지 않은 사람들은 견뎌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저에게 과도한 관심이 모아지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분산되어야 할 것 같다”면서 “(다행스럽게도) 최근 지식인들 중에서 몇몇 분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절 굉장히 강하게 만들고, 짐을 상당히 덜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털어놨다.
진 전 교수는 또 “정치가 반칙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프레임 장난을 너무 많이 한다. 그 안에 들어가게 되면 일단 먹혀버리고 말려버린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속게 되는데, 제가 하는 일은 그들의 프레이밍 전략을 드러내서 대중에게 폭로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대선 국면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판하게 될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직 상상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진 전 교수는 “저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론 민주당을 비판했고, 또 다른 한편으론 보수당도 비판했다. 우리 사회에 대해서 할 말은 거의 다 끝나간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제가 할 기획은 진보의 재구성”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에서 진보라는 이름을 가져다가 다 망가뜨리고, ‘진보’ 하면 이제 윗선의 동의어로 만들어버렸다. 이런 상태 속에서 새로운 진보는 무엇인가를 기획하는 것이 제 작업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12월이 지나면 페이스북도 그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제 들어가서 싸우는 게 아니라 좀 떨어져서 분석을 하고 싶다. 칼럼 같은 건 계속 쓰겠지만, 들어가서 싸운다는 개념보다도 지금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이것의 원인은 무엇이냐 하는 그 밑에 깔린 원인을 분석하는 글들 위주로 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