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세계에서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돌입한 가운데 미국 보건 당국도 해당 백신에 대한 데이터가 긴급승인 지침에 부합한다며 안전성을 인정했다.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를 확인한 문서를 공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긴급사용 허가 여부를 논의하는 ‘백신·생물의약품 자문위’(VRBPAC) 회의를 이틀 앞두고 해당 백신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담긴 보고서가 공개된 만큼 회의 직후 백신 사용이 허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허가는 FDA 전문가 자문기구인 VRBPAC가 먼저 권고안을 확정한 뒤 FDA가 사용을 승인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백신의 신속한 개발·보급을 위한 ‘워프 스피드 작전’의 최고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는 “11일까지 화이자 백신이 승인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문위는 문서에서 “약 3만8000명의 임상시험 참가자로부터 얻은 안전 데이터는 긴급사용 승인을 못하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전 우려가 확인되지 않았기에 안전이 양호하다(favorable)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특히 화이자 백신은 2차 접종 최소 1주일 후에 95% 예방효과가 있다고 확인했다. 이 수치는 이전에 화이자가 보고한 내용과 일치한다. 이 백신은 30㎛(마이크로그램)의 양을 3주 간격으로 두 차례 투여해야 한다. 한 차례 접종했을 때는 ‘일부 예방’ 수준에 그친다고 한다.
문서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을 경우 1차와 2차 접종 사이에는 52.4%의 효능을 보였다. 최초 접종 직후 50건의 감염이 발생해 위약 투약군(275건)보다 감염 위험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다만 자문위는 ‘1차 접종 후, 2차 접종 전’에 관찰된 효능은 관찰 시간 부족 탓에 단일 접종 효능에 대한 결론을 뒷받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신은 백인·흑인·라틴계뿐 아니라 남녀 모두에서 높은 효과를 보였기에 다른 인종 모집단에 대해서도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하지만 자문위는 화이자 백신이 16세 미만, 임산부, 면역체계가 손상된 이들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결론을 내릴 데이터가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부작용은 접종 부위의 통증, 피로감, 두통, 근육통, 오한, 관절통, 발열 등이다. 백신의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도 불분명하다고 자문위는 밝혔다. 화이자의 연구 결과는 FDA가 요구한 최소 2개월의 모니터링 기간에 예방효과를 보여줬지만 그 이상 기간을 모니터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임상시험 참가자의 4.6% 미만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는 2차 투여 후 더 많이 나타났고 젊은층에 비해 노년층에서 덜 발생했다. 총 6명이 임상시험 중 사망했다. 자문위는 10일 회의에서 백신이 16세 이상 연령층에서 예방효과가 있는지, 백신의 잠재적인 이익이 위험보다 큰지 등을 권고할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은 “FDA가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어떤 새로운 문제도 제기하지 않은 문서를 공개하면서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받기 위한 다음 관문을 열었다”며 “16세 이상 미국인이 조만간 백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고 전했다.
FDA가 백신을 공식 승인하면 초기 물량은 수시간 내에 배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는 첫 주에만 640만명분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