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권 유지’로 뒤바꿔 정무위 통과…정의당도 당했다

입력 2020-12-09 04:40 수정 2020-12-09 09:49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중 공정거래법과 금융그룹감독법안이 8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앞서 법사위에서 처리된 상법 개정안을 포함해 ‘공정경제 3법’이 모두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어섰다.

정무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대신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앞선 안건조정위에서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포함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넘어왔지만 재계의 반발이 심한 데다 검찰 권력을 더 키워준다는 지적에 따라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내용이 담긴 민주당의 수정안으로 최종 의결됐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이날 안건조정소위 직후 기자들에게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유지된다”면서 “공정위 존속 문제를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안건조정위에서 결론이 나더라도 전체 상임위에서 수정해 가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일단 정부안으로 통과됐다”며 “전체 상임위 회의에서 일부 수정될 부분이 있으면 수정해서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여당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안건조정위에 참여했던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내 입장에선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 의사를 밝혔다. 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그렇게 됐다면 안건조정위를 통과시키기 위해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가서 확인 좀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배 의원은 “안건조정위에서 절차상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내가 제시한 의견도 많이 반영돼 법안을 처리했다”며 “그런데 조정위에서 처리된 안건과 무관하게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기업벤처캐피털(CVC) 허용법안 등이 수정안에 담겼다”고 했다. 배 의원은 “절차적으로라도 이 부분은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불공정행위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도 담합 등 경쟁사건 조사에 적극 나설 수 있다. 정부 안대로라면 ‘경제검찰’이라 불린 공정위 위상은 축소되는 반면 검찰은 경제사건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최근 몇 년 새 대형 로펌에서는 공정위 출신보다 검찰 출신이 우대받는 분위기였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정권 출범 이후 4년간 줄기차게 추진해온 전속고발권 폐지는 갑자기 유지로 선회됐다.

정무위는 또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도 허용했다. 금융그룹감독법안은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로 이름을 바꿔 의결했다. 제정안은 금융사를 2개 이상 운영하면서 자산 규모 5조원이 넘는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에 속하는 6대 복합금융회사들을 규제하는 내용이다.

앞서 열린 안건조정위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5분 만에 표결로 처리됐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활동 기간을 1년6개월 늘리는 법안도 통과됐다.

야당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상임위 운영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삼으며 회의 도중 퇴장,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회의장 밖에서 피켓을 들고 선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건조정위 활동 기간 최대 90일은커녕 90분도 사용하지 않고 법안을 졸속 처리했다. 민주주의 합의정신 파괴”라며 민주당을 규탄했다. 아울러 야당에선 “안건조정위를 통과하기 위해 일단 정의당을 속인 뒤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뒤집는 식으로 기만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