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적의 여성이 미국 정계에 잠입해 정치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오랜 기간 첩보 활동을 벌여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7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Axios)는 크리스틴 팡 혹은 팡팡이라고 불리는 중국 민간 정보기관 소속의 여성이 적어도 2011년부터 5년여 동안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거물급 정치인들을 상대로 첩보 활동을 벌여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1년여간의 취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악시오스는 “팡의 활동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끝난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으로 우려되는 이 작전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지속됐으며,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국 방첩기관의 집중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팡은 전국에서 성공을 거둘 잠재력을 가진 유망한 지역 정치인을 표적으로 삼았다. 미 정보 당국은 팡이 선거자금 모금에 도움을 주거나 성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정치인들에게 접근한 뒤 정보를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팡의 표적이 된 정치인 중에는 2명의 시장이 포함됐고, 거물급 인사도 있었다. 특히 현직 정치인인 에릭 스왈웰 민주당 하원의원도 팡의 포섭 대상이었다. 팡은 2014년 스왈웰의 재선 유세 당시 선거자금 모금 활동에 참가했고, 그의 사무실 인턴 직원을 채용하는 데에도 관여했다고 한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015년 스왈웰 의원 측에 팡의 활동과 관련한 경고를 보냈고, 이후 팡은 갑자기 미국을 떠났다. 스왈웰 의원은 악시오스에 “팡은 거의 8년 전 만난 인물”이라며 “지난 6년 동안은 그를 만난 적이 없고, FBI에 모든 정보를 제공했다”고 언급했다. 당사자인 팡과 주미 중국대사관 측은 악시오스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팡은 미국에 거주할 당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지인들에 따르면 팡은 대학생 신분이었다고 한다. 현직 미 고위 정보 관련 당국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팡은 수많은 요원 중 1명일 뿐”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