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정기국회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8일 저녁 한 모임에서 “국회가 이렇게 시끄러운 상황에서 사과하는 것은 시점상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사과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게 아니라 2~3일 늦춘다는 것”이라며 “사과 의지는 변함없다”고 전했다.
사과 내용에 대해 한 관계자는 “두 전직 대통령의 비리와 구속, 탄핵에 대한 것”이라며 “국민의 외면을 받고 대선과 그 이후 선거에서 참패를 거듭하고 있는데도 혁신은커녕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느냐’는 태도를 보이는 행태도 포함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 위원장은 당초 정기국회 종료 다음 날인 10일쯤 두 전직 대통령의 비리와 구속 사태에 대해 사과할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 등 주요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충돌이 빚어지자 사과 일정을 늦추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앞서 오후 국회에서 3선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당에 무리가 가지 않는 날짜로 알아서 판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이 “탄핵 때 위원장은 민주당에 있지 않았느냐”고 항의하자 김 위원장은 “내가 전직 대통령들을 대신해 사과하는 것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들을 그런 상황까지 만든 당, 그리고 그 뒤에도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당에 대해 사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3선 의원들은 이날 면담에 앞서 조찬회동을 갖고 사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후 김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해 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