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책임이 있는 애경산업과 SK케미칼 전직 임원에게 금고 5년을 구형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법정 최고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 심리로 열린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에게 각각 금고 5년을 구형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정시설에 수용돼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지만,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 형벌이다.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 관계자 등 10여명은 각각 금고 3∼5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안 전 대표에 대해 “피고인은 애경의 대표이사로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한 최종 책임자”라며 “안전성 검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하지 않고 제품 출시를 강행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현재도 질병 속에서 고통받고 있고, 피해자의 가족들은 내 손으로 아이를 아프게 하고 죽였다는 죄책감을 가진 채 책임을 회피하는 대기업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끝내 재판 결과를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도 있다”고 했다.
검찰은 또 “생명과 신체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현대사회에서 결함 있는 물건을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기업과 그 경영진의 부주의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희생됐다면, 막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도 이의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구형 의견을 밝혔다.
홍 전 대표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현 단계에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가 공소사실에서 검찰이 주장한 것과 같은 폐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들은 2016년 처음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에는 독성 물질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다. 이후 CMIT와 MIT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관련 연구자료를 제출함에 따라 2018년 말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돼 지난해 차례로 기소됐다. 1심 선고 기일은 오는 29일로 예정됐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