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하세요… 악플에 댓글 다는 스타들

입력 2020-12-08 18:49
스타들이 악플에 응수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적대응은 물론, 댓글로 입장 밝히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방송인 박미선, 가수 선미, 가수 신지, 방송인 이세영. 방송화면 캡처

“내가 뭐 묻었나요?” 방송인 박미선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달린 “X 묻은 개가 X 묻은 개 나무란다”는 댓글에 남긴 말이다. 가수 제시는 “성형 좀 그만 하라”는 댓글에 “성형할 시간 없는데요”라고 적으며 선을 그었다.

더 이상 악성 댓글은 연예인이라면 감내해야 하는 문화가 아니다. 최근 악성 댓글에 일침을 놓는 스타들이 부쩍 늘었다. 포털 댓글 창이 막히자 네티즌은 연예인의 개인 SNS로 몰려갔지만, 스타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대중과 적극적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 박미선은 BJ 철구가 얼마 전 숨진 고(故) 박지선 외모 비하를 비하했다는 논란에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며 해명하자 즉각 불편한 기색을 담은 게시물을 올렸다. “누구세요? 내 외모 지적하기 전에 거울부터 보고 얘기하시죠. 살다가 별일을 다 겪네. 생각하고 얘기하라고 뇌가 있는 겁니다”

여기에 BJ 철구를 옹호하며 박미선을 저격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그러자 박미선도 응수했다. “이제 연예인 얼굴 드립도 못 하겠네요”라는 댓글에는 “사석에서 해요. 그럼 누가 뭐라 그러나요?”라고 적었고, “공인으로서 대처가 참 저급합니다. 똑같은 수준으로 대응하면 되나요? 그런 발언이 뇌 병변 환우에게 어떻게 받아들여 질지 고민해보셨으면”이라는 댓글에는 “너무 멀리 간 것 같네요.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건 그분들도 아실 듯합니다”라고 태연히 답했다.

얼마 전 배우 정가은의 의연한 대처도 화제를 모았다. 그가 베란다 블라인드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딸 사진을 올리자 한 네티즌은 “아빠가 없다는 미안함을 이용하게 하면 안 될 것 같아요”라는 무례한 관심을 표했다. 그러자 정가은은 “아빠가 있든 없든 위험하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뭐든 해볼 수 있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두는 거예요.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엄마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겠지만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네티즌은 “제가 속 좁게 생각했나 보다”라고 사과했다.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행해졌던 공격을 이제는 받아칠 수 있게 된 스타들에게 대중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응원의 댓글을 달며 이런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앞서 여러 연예인이 댓글로 네티즌과 설전을 벌였다는 이유로 인성 논란에 휩싸였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확연한 변화다. 과거에 배우 하연수는 악성 댓글에 응수했다가 인성 논란에 휩싸였었고, 방송인 정준하는 악플러에게 단 댓글로 조롱을 받기도 했었다. 이런 변화에는 연예인들이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으로 강하게 대처한 효과도 있지만, 스타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에 대한 네티즌 자체적인 반성의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유 모를 외모 품평이나 성희롱 악플에 시달려야 했던 여성 연예인의 대처가 도드라진다.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맞서고 있다. 박미선은 “눈가 주름이 방송과는 좀 다르네요. 아쉽. 나이를 드시는군요. 한때는 미녀 개그우먼으로 참 이쁘셨는데”라는 댓글에 “나이를 먹으면 주름이 생기는 게 당연합니다. 저는 제 나이가 좋아요. 아무튼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선미는 최근 유튜브 채널 원더케이 ‘본인등판’에 출연해 악플러의 댓글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사람들이) ‘너 가슴 수술했잖아. 해명해’라고 하는데 안 했어요. 뭐 그렇게 크지도 않아요”라고 여유 있게 넘겼다. “워터밤 행사 이후로 제 이름을 검색하면 제일 위에 ‘선미 가슴 수술’이 뜨는데, 사실 그렇게 크지 않아요. 몸에 비해서 있다 보니까 의심을 많이 하는 데 정말로 하지 않았습니다. 엑스레이 찍어서 보여줄 수도 없지 않나요?”

방송인 이세영도 외모를 비하하는 네티즌에게 일침을 날렸다. 그가 얼마 전 공개한 메시지에는 ‘쌍수(쌍꺼풀 수술) 해도 똑같죠. 호박에 선 긋는다고…’ 적혀있다. 이세영은 “이런 디엠(다이렉트 메시지) 보내기 전에 본인 얼굴 사진부터 보내 달라”고 지적했다. 코요태 신지는 한 네티즌이 쓴 ‘이제 40대이니 아줌마 티가 확 난다’는 글을 올리면서 ‘무슨 상관??’라고 적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