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수학·과학 성적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흥미도는 여전히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현장에서 수학·과학의 흥미를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이뤄지고는 있으나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고 기계적으로 공부하는 학생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제 교육성취도 평가 협회가 실시한 ‘2019년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 연구(TIMSS)’ 결과를 분석해 8일 발표했다. TIMSS는 각국 학생들의 수학·과학 성취도를 비교하는 연구로 4년 주기로 시행된다. 조사에는 58개국 초등 4학년 33만명, 39개국 중2 25만명이 참여했다.
한국 초등학생의 수학 성취도는 3위, 과학은 2위였다. 수학은 싱가포르 홍콩 한국 대만 일본 순, 과학은 싱가포르 한국 러시아연방 일본 대만 순이었다. 아시아 국가들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한국은 1995년 처음 조사가 시작된 이래 수학 2~3위, 과학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학생은 수학 3위, 과학 4위였다. 싱가포르가 수학과 과학 모두 1위였다. 수학의 경우 대만이 2위, 일본이 4위였으며, 과학은 대만과 일본이 각각 2, 3위에 랭크됐다. 한국은 1995년 이래 수학 1~3위, 과학 3~5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수학·과학 흥미도나 자신감은 바닥권이었다. 특히 중학생들의 수학 흥미도는 조사대상 국가 중 꼴찌였다. 한국 학생 가운데 수학을 ‘매우 좋아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에 불과했다.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도 61%로 가장 높았다. 싱가포르의 경우 ‘매우 좋아한다’ 응답 비율이 22%, ‘좋아하지 않는다’ 35%로 나타났다.
과학 흥미도도 최하위다. 한국은 ‘매우 좋아한다’ 응답이 12%였다. 1위 요르단 56%의 4분의 1도 안된다. 아시아권인 싱가포르(37%) 홍콩(23%) 대만(20%) 일본(16%)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좋아하지 않는다’ 응답 역시 한국이 47%로 가장 높았다. 이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국가는 한국 뿐이다.
아시아권 학생들이 높은 성취도에도 낮은 흥미도를 보이는 건 겸양을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측면도 작용한다는 분석이 있다. ‘좋아한다’라고 표현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한국은 다른 아시아권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발달 수준에 따른 교육 내용과 방법의 다양화 등을 통해 수학과 과학에 대한 자신감, 흥미, 가치인식 등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