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세 자릿수… 조용한 전파, 요양병원·시설 파고들었다

입력 2020-12-08 17:45
7일 오전 울산 남구의 양지요양병원에 의료기관 폐쇄 공지가 붙어 있다. 해당 병원에서는 8일 오전까지 환자와 직원 등 10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지난 6일 발생한 울산 남구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와 직원 등 38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7일 오전 해당 병원에 의료기관 폐쇄 문구가 붙어 있다.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첫날인 8일에도 600명에 육박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한 달 넘게 세 자릿수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러스는 연쇄 감염의 끝단인 감염 취약시설까지 퍼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를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일 대비 594명 늘어 누적 확진자가 3만875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8일부터 한 달째 세자릿수를 기록하게 됐다. 위중증환자는 134명이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날 “감염 경로를 밝히지 못한 확진자가 26%에 달하고 검사자 중 확진자 비율도 네 배 늘었다”며 “지금의 감염 추세가 꺾이지 않으면 우리 의료체계가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확진자는 곳곳에서 쏟아졌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홀덤펍과 관련해 이날까지 19명이 확인됐다. 중구 소재 시장에서도 상인 등 1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종로구의 음식점·노래교실과 관련한 누적 확진자는 162명으로 늘었다. 15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전북 완주의 현대차 전주공장은 전날부터 트럭 생산을 멈췄다.

개별 집단감염의 규모도 커졌다. 방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발생한 집단감염은 32건으로 직전 일주일보다 8건 감소했고, 11월 중순보다는 13건 줄었다. 그러나 확진자 수는 오히려 늘었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일주일간 하루 평균 586.1명의 국내 발생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에서 확산세가 뚜렷했다. 울산의 양지요양병원과 관련해 이날 오후까지 확진자가 17명 늘어 누적 환자가 109명에 달했다. 울산시는 해당 병원의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들이 여러 병동을 오가며 환자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집단감염이 커졌다고 추정했다. 부산 학장성심요양병원, 경기도 고양 요양원 두 곳에서도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입소자 대부분이 고령층인 데다가 밀집한 환경 때문에 이들 기관은 감염취약시설로 간주돼 특별 관리를 받아왔다. 지난 10월 22일 정부는 요양병원, 요양시설, 정신병원 등에 대한 정기적 코로나19 검사를 시작했다. 연말까지 수도권 소재 시설은 2주, 비수도권 소재 시설은 4주마다 검사받도록 했다. 또 지난달 26일엔 정신병원 내의 병상 밀집도를 낮추는 골자의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틈새로 침투했다. 방역 당국은 광범위한 지역사회 감염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용한 전파가 연쇄적으로 발생해 연결고리의 끝단인 감염취약시설에서 대규모 감염을 유발했다고 진단했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타액 이용 검사법, 신속항원검사 등을 활용해 조금이라도 빨리 감염원을 찾겠다”며 “검사 수를 늘리거나 검사의 접근성을 높일 방안을 구체화해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시설의 방역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차피 입소자들은 외부와 왕래가 없지 않으냐”며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시설 종사자들에 대해서 더 자주 검사를 시행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실마다 두세명의 검체를 채취하는 랜덤 샘플링 검사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