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 14명 무더기 제재… 中 “보복할 것”

입력 2020-12-08 17:44 수정 2020-12-08 18:16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미국이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한꺼번에 제재 리스트에 올린 데 대해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기를 40여일 남겨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마지막까지 대중 압박 정책을 쏟아내면서 미·중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행위는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자 중국 내정을 침해하고 미·중 관계를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정부와 인민은 미국의 비합리적이고 광적인 악랄한 행위에 강한 불만을 표한다”며 “미국은 홍콩 사무에 간섭할 어떤 자격도 없다”고 강조했다.

화 대변인은 또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은 홍콩의 안정을 위협하는 범죄 분자를 잡기 위한 것”이라며 “홍콩 사무는 중국 내정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홍콩 주민의 자치와 인권을 핑계삼아 홍콩 사무에 간섭했다”며 “이번 제재는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홍콩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3기 13차 회의 개막식 모습. 연합뉴스

이에 앞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7일(현지시간)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무더기로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에 따라 이들과 직계 가족은 앞으로 미국 방문이 금지되고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인과의 거래가 제한된다. 전인대 상무위는 지난달 홍콩 입법회 의원의 자격 요건에 대한 결정을 채택함으로써 홍콩 정부에 의원직 박탈 권한을 부여했다. 이후 홍콩 정부는 야당 의원 4명 의원직을 박탈했고, 이에 반발한 나머지 홍콩 야당 의원 15명 전원이 동반 사퇴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 정책을 주도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 “홍콩의 민주적 절차에 대한 중국의 끊임없는 공격은 홍콩 입법회를 야당 없는 고무도장으로 만들어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홍콩 입법회가 친중 성향의 정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중국 전인대 상무위는 대표자를 선택할 홍콩 주민의 능력을 무력화했다”며 “상무위는 중국이 반체제 인사를 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 서열 3위인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도 제재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일단 이날 재무부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대중 제재 조치를 발표한 날 대만에 2억8000만달러(약 3039억원) 규모의 첨단 교신 장비 수출을 승인했다. 대만 문제는 미‧중 갈등의 핵심 축이자 뇌관이다. 미국은 대만에 정부 고위 인사를 보내고 첨단 무기를 지속 수출함으로써 미·중 수교의 근간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고 있다.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장저핑 대만 국방부 부부장은 전날 입법원(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국과 대만의 군사협력은 중단된 적이 없으며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