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은 현장에서 아동학대 예방과 사례 관리를 담당하는 최일선 기관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설치된 지 올해로 20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온갖 제약 속에 허덕이고 있다. 강제성이 없어 사례 관리에는 한계가 있고, 제도적 지원과 업무 조건도 열악한 탓이다.
아보전 관계자들이 꼽는 가장 큰 문제는 학대가 의심되는 아이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조사 거부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피해 아동과 주기적으로 접촉해 아동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보호자를 강제할 수는 없다.
아보전 관계자 A씨는 8일 “아동학대 조사 후 진행되는 사례 관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피해아동의 안전 확보”라며 “최소 6개월 이상 피해자, 학대행위자, 주변인을 통해 아동의 안전을 확인해야 하지만 학대 행위자가 보호자일 경우 상담을 거부하거나 비협조적이면 아이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B씨도 “아이의 부모가 거부하면 집 안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터무니 없이 부족한 아보전 수와 과중한 업무도 문제다. A씨는 “서울의 25개 자치구에 경찰서는 31개가 있지만, 아보전은 단 9곳 뿐”이라며 “외국은 상담원 한 명당 통상 20개 이하의 사례를 맡지만 우리는 40~50개 가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아보전에서 근무하는 B씨도 “비수도권에서는 한 곳이 3~4개 구나 군을 담당하기도 해 출동하는 데만 2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담원에 대한 적절한 보호장치가 없는 탓에 벌어지는 인권 침해도 비일비재하다. B씨는 “머리채를 잡히는 등 물리적 폭력도 일어나지만 법적 대응은 개인이나 개별 기관의 몫”이라며 “상담원들이 업무 중에 많이 소진되다 보니 일주일도 안돼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국가 기관의 개입만큼이나 예방과 교육,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 아보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씨는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교육이 전문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 확대와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