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봉 잡고 마이크 꺾고…법안 강행처리에 난장판된 국회

입력 2020-12-08 17:24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들을 기습적으로 단독 처리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특히 공수처법을 통과시킨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몸싸움이 난무하는 사실상 ‘동물 국회’가 재현됐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친문 독재” “보이는 게 없냐” “양아치 정권” “평생 독재 꿀 빨더니” 등 고성과 함께 온갖 격한 말들이 오갔다.

법사위는 8일 오전 안건조정위원회를 열고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의결을 막아섰다. 하지만 과반이 넘는 민주당 의원들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까지 기립 찬성표를 던졌고, 결국 전체회의 개의 7분 만에 이 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회의장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까지 난입해 항의했다. 주 원내대표가 의사봉을 두드리려는 윤호중 법사위원장의 오른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자 윤 위원장이 왼손으로 의사봉을 들고 받침대 대신 책상을 치는 촌극이 벌어졌다.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이 안건조정위원회 내용을 보고하려 하자 조수진 국민의힘이 일어나 마이크를 꺾기도 했다. 백 의원은 아랑곳 않고 다시 마이크를 세워 발언을 이어갔다. 법안 처리 후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런 독재가 있을 수 있느냐”며 책상에 놓인 명패를 전원 윤 위원장에 반납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선출된 권력이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권력을 농단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한 석동현 변호사는 의결 직후 “괴물기관 공수처의 처장 후보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법 저지에 앞장선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근 정부·여당의 극렬 지지자들로부터 욕설을 연상시키는 ‘18원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또는 인신공격이나 욕설이 섞인 문자폭탄 공격에 시달렸다.


잇따라 열린 상법 개정안 안건조정위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상태에서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어 개의한 전체회의에서 또 한 차례 소란이 일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장에 들어와 “날치기 전문 독재정당” “문재인판 게슈타포 공수처법” 등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백 의원이 안건조정위 내용을 보고하려 했지만 구호 소리에 묻혀 잘 안 들리자 윤 위원장은 “평생 독재의 꿀을 빨다 이제 와서 상대 정당을 독재로 모는 행태야말로 독선적 행태”라며 언성을 높였다.


법사위 외에도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에서 여야가 격돌했다. 특히 쟁점 법안인 금융그룹감독법(금감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사회적참사특별법(사참법) 소관 위원회인 정무위는 오전부터 공전을 거듭했다. 안건조정위에서 야당 몫 조정위원인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사참법에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의 기권 속에 결국 처리됐고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환노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가현 김동우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