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얀센·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 4곳과 백신 선구매 계약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계약을 완료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내년 2~3월 중에 국내에 들어올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제 접종이 이뤄지려면 내년 가을이나 초겨울은 돼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8일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해외 개발 백신 확보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계획에 따르면 우선 국제 백신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분을 확보한다. 코백스에서 구매를 검토 중인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GSK 사노피·화이자다.
개별 제약사와 선구매 계약을 통해 확보하는 물량은 약 3400만명분이다. 아스트라제네카 2000만회분, 화이자 2000만회분, 존슨앤드존슨의 제약부문 계열사 얀센에서 400만회분, 모더나 2000만회분이다. 얀센은 1회, 나머지는 2회 접종하게 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선구매 계약서를 이미 작성했고, 화이자·얀센과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정서를 체결했다. 모더나는 공급 확약서를 받은 상태다. 이번 백신 구매를 위해 정부가 확보한 예산은 총 1조3000억원이다. 정부는 제약사별 백신 구매 가격은 밝히지 않았다.
선구매한 백신은 내년 2~3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백신이 실제 접종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 개발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안전성이나 효과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있는 만큼 예방접종 시기는 코로나19 상황이나 외국 접종 동향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부 교수는 “지금 임상시험의 진행 상황으로 봐선 내년 가을에서 겨울 초입이나 돼야 우선접종 대상자들에게 접종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번 계약에서 제약사들이 선구매 계약 조건으로 내건 ‘부작용 면책 조항’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직 백신 도입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예방접종을 위한 사전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에서 유통·보관할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해야 한다. 의료진 교육, 이상반응 모니터링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백신의 품목 허가를 맡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속히 허가 심사를 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했다. 식약처 허가 후에는 별도로 국가출하승인도 받아야 한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우선접종 대상자들부터 무료접종이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노인, 집단시설 거주자, 만성질환자 등 코로나19 취약계층과 보건의료인 등 사회필수서비스 인력을 포함해 약 3600만명을 우선접종 대상자로 검토하고 있다. 소아·청소년은 아직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아 우선접종 대상에서 빠졌다. 일반 국민 대상 무료접종이 이뤄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