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라인이 챙겼던 전속고발권 폐지, 없던일로?

입력 2020-12-08 16:46 수정 2020-12-09 09:30


민주당이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사전 협의 없이 전속고발제 폐지를 철회하면서 공정위는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재계의 반발에도 여당에 발맞춰 전속고발권이 폐지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홍보했던 공정위 수뇌부는 할 말을 잃었다.

민주당은 8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전속고발권 유지 등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없던 일로 한 표면적 이유는 재계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불공정행위 위반사건에 대해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도 담합 등 경쟁사건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정부 안대로라면 ‘경제검찰’이라 불린 공정위 위상은 축소되는 반면 검찰은 경제사건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몇 년 새 대형로펌에서는 공정위 출신보다는 검찰 출신이 우대받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정권 출범이후 4년간 줄기차게 추진해 온 전속고발권 폐지는 갑자기 유지로 선회됐다. 민주당의 태세전환 속내는 검찰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전속고발제 폐지는 ‘윤석열-한동훈 라인’이 줄곧 챙겼던 사안이다. 한동훈 검사장은 2015년 초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을 맡았다. 그는 그해 3월 SK건설 담합 사건 관련, 공정위에 최초로 고발 요청권을 행사했다. 고발요청권은 불공정거래행위 기업에 대해 검찰총장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반드시 응하도록 의무화해 전속고발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제도다. 한 검사장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를 총괄하는 3차장으로 승진한 뒤 공정위와의 전속고발권 폐지 협상에 관여했다. 공정위와의 협상 상황은 당시 윤 서울지검장에게도 직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이 둘이 박근혜 정부 적폐수사 주역이었던 당시에는 검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속고발권 폐지를 강력히 추진하다가 최근 ‘윤석열-추미애 갈등’ 사태가 터지면서 민주당이 노선을 180도로 변경한 셈이다.

민주당의 태세전환에 공정위는 당혹스런 분위기다. 조성욱 공정위원장 등 수뇌부 역시 여당과 사전에 제대로 된 의견을 교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정위원장 재임 시절 전속고발권 폐지를 시대의 요구로 강조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야당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국민을 위해 추진된 것이 아니라 정권의 편의에 따라 추진된 것임이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