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됐던 직무상 의무위반, 다시 쟁점은 재판부 문건

입력 2020-12-08 16:23


10일 열리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사징계위원회에서는 이른바 ‘재판부 문건’을 둘러싸고 첨예한 논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법무부는 이 징계청구 사유를 두고 “직무상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징계 사유로 볼 수 있다는 점에 이견이 없었다”고 했는데, 문건 작성자 조사 이전에 마련된 보고서에는 ‘추정’ ‘가정’ 등의 단서가 붙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징계위에서 정확한 자료 수집 경위, 직무 범위 해당 여부 등이 또다시 재론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주요 특수 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전달을 윤 총장 직권남용죄로 보긴 어렵다는 법리검토 이후 ‘직무상 의무 위반’ 해당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이에 따라 마련된 ‘2차 보고서’는 “직무상 의무 위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기록됐다. 이 시점은 윤 총장 직무집행정지가 명령된 지난달 24일 이전이었다.

다만 이 보고서는 문서 작성자인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옛 수사정보정책관실) 측에 대한 조사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었고, 이 때문에 ‘추정하면’ ‘가정하면’ 등 한정적 표현이 동반됐다.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아니라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기록된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총장 직무집행정지 명령이 이뤄지고 수사의뢰 이후에는 직권남용죄 불성립 의견을 담은 ‘1차 보고서’ 기록이 삭제됐다. 이에 감찰 담당 검사의 폭로가 나오는 등 법무부 내부에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 같은 논란에 더해 ‘재판부 사찰’을 둘러싸고 대검 감찰본부가 진행하던 강제수사가 사실상 종료되면서, 법조계는 이 문제가 윤 총장의 형사처벌로 비화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보는 편이다. 윤 총장 측이 행정소송 과정에서 아예 ‘주요 특수 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10일 징계위에서는 ‘직무상 의무 위반 여지’를 놓고 법무부와 윤 총장 측이 첨예하게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해당 문건이 법관의 여론몰이, 사법정의 흔들기를 보여준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윤 총장 측은 그간 법무부의 비공개로 ‘직무상 의무 위반 여지’ 의견이 담긴 감찰기록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문건이 불법적으로 작성되지 않은 ‘내부 참고용’이었음을 강조하면서 문건 작성자인 성상욱 부장검사에 대한 경위 파악 없이 법무부가 징계청구 사유로 삼은 점을 지적했다. 윤 총장 측은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도 “일단 징계청구를 해 놓고 추후 증거자료를 수집한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비정상적 조치”라는 의견을 전했었다. 징계위에는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처분 이후 ‘재판부 사찰’ 의혹은 비단 검찰뿐 아니라 법원에서도 예민하게 지켜보는 주제가 됐다. 검찰은 해외에서 법관 관련 정보가 일반 대중에 공개돼 있으며 불이익 목적의 ‘사찰’과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관들은 이 같은 문건이 재판 독립성을 침해한다고 지적해 왔다. 지난 7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의견 표명’ 안건이 상정됐지만 정치적 왜곡 우려 속에서 부결됐다. 추 장관은 이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추 장관은 “법관들에게 어느 편이 돼 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들의 주저와 우려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경원 허경구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