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향으로 연말 대목을 겨냥한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연기되고 있다. 올해 공연계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30%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8일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1~11월 공연계 매출은 약 1695억48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이달 1~7일 공연 매출은 약 25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매출에 이바지하는 대형 공연들이 잠정 중단되면서 다음 달 매출을 합치더라도 1700억원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공연계가 벌어들인 2405억원과 비교해 3할이 떨어진 수치다.
국공립극장과 예술단체 공연도 연달아 취소되거나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은 남은 공연을 비롯해 ‘트로이의 여인들: 콘서트’를 취소하기로 했다. 서울시뮤지컬단 ‘작은 아씨들’ 역시 남은 공연이 엎어졌다. 연극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를 18일까지 중단하기로 한 국립극단은 17일부터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올리려던 ‘햄릿’ 개막도 18일 이후로 미뤘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정확한 개막 여부는 추후 정부 지침이 내려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내년 1월 3일까지 공연을 예정한 정동극장 ‘더 드레서’도 3주간 공연을 멈추기로 했으며 11~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르려던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도 고심 끝에 결국 취소를 결정했다.
화제를 모은 민간 공연들도 이달 셋째 주에서 넷째 주까지 공연을 쉰다. 뮤지컬 ‘고스트’ ‘몬테크리스토’ ‘노트르담 드 파리’ ‘그날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젠틀맨스 가이드’ ‘세자전’ ‘아마데우스’ 등 부지기수로 많은 공연이 공연을 중단했다.
연이은 민간 공연 중단은 심각해진 사회 분위기에 더해 손익을 고려한 조치다. 거리두기 2.5단계에서는 두 칸씩 좌석을 띄어 앉아야 한다. 산술적으로 30%가량의 좌석을 활용하는 것이지만 줄마다 좌석 수가 적은 중·소극장의 경우 좌석 활용률이 20% 안팎까지도 떨어진다. 기존 지그재그 좌석제에서도 손해가 났던 공연 제작사에게 2.5단계는 사실상 종연 조치와 다름없는 셈이다. 다만 연극 ‘킹스 스피치’와 뮤지컬 ‘에어포트베이비’는 두 좌석 띄어 앉기를 적용해 공연을 이어간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