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이 받은 건 ‘치료’ 아닌 ‘교육’…12년 전과 똑같다”

입력 2020-12-08 15:32
경북북부제1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조두순의 2010년 3월 16일 CCTV 계호 화면.

‘조두순 사건’ 피해자의 정신과 주치의였던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조두순이 수감 기간 받았던 심리치료에 대해 “그건 치료가 아닌 교육”이라며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두순이 받았다는 심리치료가 진짜 치료일까에 대한 의문이 있어서 한 장짜리 요약본을 겨우 구해 본 적이 있다”며 당시 치료 프로그램 내용을 검토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거는 치료라고 붙이기 곤란하다”면서 “심리치료라고 하려면 그 치료로 인한 효과성이 3년간 지속해야 한다. 그런데 (조두순이 받은 치료는) 효과성이 검증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성범죄자는 그 사람의 유형에 맞춘 치료를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조두순은 충동 조절이 전혀 안 되고 상대에 대한 공감이 없고 끝까지 ‘술을 먹어서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라면 조두순의 ‘부인’부터 깰 것”이라며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를 깨고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서 아이가 얼마나 다쳤는지를 바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본 프로그램에는 이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 이런 식으로 교육하는 것을 치료라고 부르면서 550시간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했다.

네티즌이 컬러로 복원한 조두순의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신 교수는 최근 한 방송에서 조두순과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재소자들이 그의 이상 행동에 대해 증언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조두순과 경기북부제1교도소에서 생활한 강모씨는 조두순이 “CCTV나 TV에서 나오는 전파로 인해 성적 욕구를 느낀다”고 말했다고 지난 5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전했다. 신 교수는 “증언이 사실이라면 조두순은 12년 전과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성욕이 과잉하고, 그것을 행동화하고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자위행위도 했다는 것”이라며 “저는 걱정이 정말 많이 된다”고 했다. 또 “전파로 신호가 와서 성욕이 올라 행동했다는 것의 큰 문제는 해석을 잘못하고 있는 점”이라며 “자신의 몸에서 생기는 성적인 감각을 거기다 연결해서 왜곡된 인지를 보이는 것도 이상하고, 성욕이 과잉되는 것도 이상하고, 그것을 행동화하는 것은 더 이상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조두순이 안산 거주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피해자와 여전히 연락하며 지낸다는 신 교수는 “12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교정 가능성이 안 보이는 사람을 피해자 코앞에 갖다 놓은 것”이라며 “12년 전의 그 일들이 주마등처럼 막 지나간다”고 했다. 그는 “1년에 500명 정도 성폭력 피해 어린이를 진료하는데, 이 사건은 정말 엽기적이었다”면서 “강간의 문제가 아니라 살인미수, 살인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털어놨다.

신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는 최근 피해자 가족의 이사 비용 마련을 위해 모금운동을 주도한 바 있다. 5390여명의 국민이 참여했고, 3억700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지난 1일 열린 성금 전달식에서 피해자가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신 교수는 “‘아직은 나설 수 없고 제 얘기를 할 수 없지만 더 성장해서 언젠가는 이런 사람들을 돕고 싶다’라는 부분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는 출소 후 재범을 막는 프로그램이 전혀 체계화 안 돼 있다”면서 “갑자기 보호수용법 비슷한 걸 만든다고 하는데, 이건 졸속으로 만들면 인신에 대한 구속 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조두순 사건은 성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준비 안 돼 있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도 안 하고 있구나를 보여주는 상징 같다”며 “대한민국은 2020년 12월까지도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