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50대 남성 가족의 거주지 주변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가해 차량의 동승자가 한밤중 집까지 찾아오는 등의 행동을 반복해 유족 측이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한 이후 내린 결정이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30분쯤 유족 측 안주영 변호사는 “유족이 합의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동승자 A씨(47)가 집 근처에 나타나는 일이 반복돼 유족이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며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이에 유족에게 연락해 “신변 보호를 요청하겠느냐”고 물어봤지만 유족은 “아직까지 괜찮다. A씨가 또다시 찾아오면 그때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답변했다. 경찰은 유족의 뜻대로 신변 보호 조치는 하지 않되 자체적으로 유족의 거주지 순찰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 중 피해자의 아내와 딸 모두 신변 보호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달 초 피해자 유족의 자택을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유족 지인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합의할 수 있도록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을왕리 음주 사고는 지난 9월 9일 0시53분쯤 인천시 중구 을왕동 한 편도 2차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B씨(34)가 만취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치킨 배달을 가던 오토바이 운전자 C씨(54)를 치어 숨지게 했다.
B씨는 사고 당시 시속 60㎞인 제한속도를 22㎞ 초과해 중앙선을 침범했다. 혈중 알코올농도는 0.194%로 면허취소 수치(0.08%)를 훨씬 넘었다.
사고를 낸 차량은 A씨 회사 소유로, A씨는 차량 문을 열어주는 등 음주운전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검찰은 A씨가 B씨의 음주운전을 단순히 방조한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추겼다고 판단하고 이들에게 모두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B씨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A씨와 B씨의 2차 공판기일은 8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2일 오후 2시로 연기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