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통령, 사과 같지 않은 사과” “종말 잘 알아야”

입력 2020-12-08 11:23

야당이 8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발언에 십자포화를 날렸다. 전날 문 대통령이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는데,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는 게 야당 주장이다. 야당은 위헌적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촉구하는 대통령의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문 대통령의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에 대해 “사과 같지 않은 사과”라고 비난했다.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위법을 거듭하면서,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을 무력화하기 위해 하는 짓을 두둔하며 지켜본 대통령이 뒤늦게 죄송하다고 얘기하는 것이 민심을 제대로 알고나 하는 이야기인가”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 추진에 대해선 “화무십일홍”이라며 “역대 독재정권들이 온갖 수단 방법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치부를 덮으려 했지만 성공한 정권이 없다”고 했다. 또 “치부를 덮으려고 했던 조치 때문에 또 다시 처벌받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던 권력의 법칙이 문재인 정권이라고 예외가 될 리 없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윤석열·추미애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국회에서 마지막 진통을 겪으면 해결된다’고 했다. 공수처를 탄생시키는 역할을 국회가 할 것을 염두에 두고 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절대로 우리나라 지난 정치 역사를 볼 때 무리를 가하는 정권이 종말에 가서 어떤 상황을 초래한다는 것은 너무 잘 알려져 있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야당은) 많은 투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의 공세는 문 대통령이 사과하면서 내놓은 권력기관 개혁 관련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국면엔 사과를 했지만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공수처 출범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는 주장이다. 전날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 지금의 혼란이 오래가지 않고,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통해 문제가 해결돼 나간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보다 굳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은 남은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들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