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과 같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상습적으로 제작하는 범죄를 저지를 경우 최대 29년3개월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양형기준안이 확정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106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확정, 의결했다. 양형기준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양형기준이란 판사가 법률에 따라 선고형을 정하고, 결정하는 데 참고하는 기준을 말한다.
앞서 대법원 양형위는 지난 9월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11조)와 관련해 특별가중 대상 8개와 특별감경 대상 5개를 각각 제시했다.
특별가중 인자를 적용받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상습범의 권고 형량은 징역 10년6개월∼29년3개월이다. 다수범의 권고 형량은 징역 7년∼29년3개월로 최대 권고 형량은 동일하다.
특별가중 인자를 적용한 다른 유형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 다수범의 권고 형량은 ▲영리 등 목적 판매 6∼27년 ▲배포 등 4∼18년 ▲아동·청소년 알선 4∼18년 ▲구입 등 1년6개월∼6년9개월 등이다.
특별가중 대상 중에는 피해자에게 극단적인 선택이나 가정 파탄 등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 경우도 포함된다.
다만 양형위는 앞서 세분화한 양형기준을 대체적으로 유지하되 ‘수사 협조’ 정도에 따라 특별감경 인자 또는 일반감경 인자를 둬 디지털 성범죄의 조직적 범행을 발본색원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에 자수, 내부고발 또는 조직적 범행의 전모에 관해 완전하고 자발적인 개시를 할 경우 특별감경 인자로 반영하고, 그에 미치지 못해도 자백으로 후속 범죄를 막는 데 기여한 경우 일반감경 인자로 반영하기로 했다.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의 정의 규정에서 ‘자살·자살시도’ 등은 삭제했다. 자칫 범죄 피해에 따른 고통을 강요하거나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부분은 삭제한다는 취지다.
성착취물을 유포하기 전 삭제·폐기하거나 자발적으로 회수했을 때는 특별감경 대상으로 인정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는 일반감경 대상으로만 간주된다.
양형위는 또 성폭력처벌법 14조에서 규정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도 내놨다. 촬영 범죄는 ▲기본 8개월~2년 ▲가중처벌 1~3년 ▲특별가중처벌 1년~4년6개월 ▲다수범 1년~6년9개월 ▲상습범 1년6개월~6년9개월 등이다.
양형위는 다수인이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하거나 전문적 장비나 기술을 사용한 경우 특별가중 인자를 두기로 했으며, ‘상당 금액 공탁’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한 양형 요소라며 감경 인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아울러 ‘딥페이크’에 관한 내용인 성폭력처벌법 14조의2에 따른 허위 영상물 등 반포 범죄의 양형기준안도 구체화했다.
편집 범죄는 ▲기본 6개월~1년6개월 ▲가중처벌 10개월~2년6개월 ▲특별가중처벌 10개월~3년9개월 ▲다수범 10개월~5년7개월15일 ▲상습범 1년3개월~5년7개월15일 등이다.
이와 별개로 양형위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안의 설정 범위를 확대하고 유형 분류 명칭도 심의했다.
현행 양형기준안에서는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 의무 위반 치사만 양형기준으로 설정됐었지만 양형위는 사업주 및 도급인의 위반 행위, 현장실습생의 치사 등을 모두 양형기준 범위로 설정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 범죄의 사회적 의미와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양형위는 범죄군 명칭을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로 바꾸고, 산업안전보건 범죄를 ‘독립적인 대유형’으로 변경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의 벌금형 양형기준 마련은 현재 선거 범죄를 제외하고 벌금형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추후 진행하기로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