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월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에게 1심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했다. 학대를 당한 아이는 죽기 전 광대와 등뼈 등이 도드라져 보일 정도로 살이 빠졌고 힘이 없어 서 있기는커녕 울지도 못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손주철)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학대치사), 시체유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지난 4일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도 명령했다.
A씨는 B군의 누나인 C양(4)이 보는 앞에서 B군에게 “아빠 같아서 너무 싫다. 같이 있는 게 싫다. 너를 쳐다보는 것 자체가 싫다. 네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망언을 쏟아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분유를 타 B군의 머리맡에 두고 C양만 데리고 외출하는 등의 엽기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B군의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굶겨 죽인 셈이다.
3개월쯤 후인 지난 추석 무렵 B군의 상태는 끔찍했다. 살이 빠져 광대와 등뼈가 도드라졌고 힘이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소리 내 울지도 못한 것으로 수사기관은 판단했다. B군은 지난해 10월 7일 새벽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발바닥이 보랏빛을 띠는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A씨는 B군을 계속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B군은 결국 같은 날 오전 6시쯤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B군이 숨지자 A씨는 아들의 시신을 택배 상자에 담아 보관했다. 이후 같은 달 12일 새벽 잠실대교 남단 인근 한강에 유기했다. 재판부는 “B군이 느꼈을 공포와 굶주림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며 “학대행위로 인해 B군이 사망에 이른 점에 비추어 법익 침해의 결과 역시 너무나도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혼인 생활이 순탄하지 못했고, 남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편에 대한 분노를 B군에게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 재판부는 “이런 이유로는 범행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학대한 건 B군뿐만이 아니다. 남동생이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C양 역시 피해자였다. 재판부는 C양에 대한 A씨의 ‘정서적 학대’ 혐의 역시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A씨는 긴급체포된 날인 지난 6월 17일 C양을 쓰레기를 수북하게 쌓아 놓는 등 위생상태가 좋지 않고 지저분한 곳에 방치했다는 혐의(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주거지 내에 있던 물건들이 옮겨지면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 놓였다”며 “C양을 위생상태가 매우 좋지 않고 지저분한 곳에 방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올해 7월 24일을 시작으로 모두 74회에 걸쳐 반성문을 냈지만 큰 의미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A씨 판결의 유리한 정상으로 “사건 범행 중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과 사체유기죄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이 사건 이전까지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의 선고를 받은 전력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라고만 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