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번져 나가면서 도무지 잡힐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하루 신규 확진자가 600명대까지 치솟은 상황에 머지않아 900~1000명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15명으로 직전일(631명)에 이어 600명대를 나타냈다. 이틀 연속 600명 선을 넘은 것은 대구·경북의 ‘1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3월 2~3일(686명, 600명)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특히 지난 주말과 휴일의 검사 건수가 직전 평일 대비 8000건 이상 줄었음에도 확진자가 600명 넘게 나온 것은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는 방대본의 주간 방역위험도 분석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역사회 유행 정도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인 1주간 지역발생 일평균 확진자는 11월 둘째 주(11월 8∼14일) 122.4명에 불과했지만 이후 255.6명, 400.1명, 487.9명 등으로 급격하게 증가해 왔다.
반면 당국의 방역관리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신규 확진자 가운데 자가격리 상태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비율을 뜻하는 ‘방역망 내 관리 분율’은 같은 기간 58.1%에서 45.5%, 41.4%, 42.9% 등으로 낮아졌다. 절반 이상이 방역망 밖에서 확진되는 것으로 이는 당국의 코로나19 통제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의미다.
확진자 1명이 주변의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감염 재생산지수’ 역시 최근 1주일 기준으로 1.23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1 이하로 떨어져야 유행이 억제되는 것으로 본다.
이런 가운데 8일 오전 발표될 신규 확진자 역시 600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전날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간 집계한 신규 확진자는 451명이다. 이는 직전일 동시간대에 집계된 459명보다 8명 적은 것이다. 전날 459명이 밤 12시까지 6시간 만에 615명으로 불어난 점을 고려하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역시 상당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방대본은 지금의 확산세가 지속되면 다음 주에는 매일 1000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성웅 방대본 제1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이래 가장 큰 위기상황”이라면서 “현재의 유행은 일시적·지역적이 아닌 지속적·전국적인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번 주에는 550명에서 750명의 새로운 환자가 매일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다음 주에는 매일 9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거리두기 단계 강화를 통해 방역의 고삐를 한층 더 죈다는 계획이다. 이날부터 2.5단계로 격상된 수도권에서는 50명 이상의 모임·행사가 금지되고, 기존의 유흥시설 5종에 더해 노래연습장과 실내체육시설, 학원 등도 문을 닫는다. 또 대형마트, 백화점, 영화관, PC방, 이미용업, 오락실, 놀이공원 등 대부분 일반관리시설은 오후 9시 이후로 영업이 중단된다.
2단계가 적용되는 비수도권의 경우 단란주점을 비롯한 유흥시설 5종의 영업이 금지된다. 카페는 영업시간과 상관없이 테이크아웃만 허용되고, 음식점은 정상영업을 하되 오후 9시 이후로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이번 조처는 이달 28일까지 3주간 유지되지만 상황에 따라 기간이 연장되거나 조정될 수 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전날 “앞으로 3주는 코로나19의 폭발적 증가세를 꺾을지 판가름 짓는 중요한 기회이자 힘겨운 고비가 될 것”이라며 국민 개개인의 방역 협조를 당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