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이 극적인 승부 끝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에 올랐다. 박건하 감독이 강조해온, 포기하지 않는 ‘수원 정신’이 되살아난 모습이었다.
수원은 7일 카타르 칼리파인터네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ACL 16강전에서 일본 J리그 팀 요코하마 F. 마리노스를 3대2로 꺾고 대회 8강에 올랐다. 지난해 J리그 우승팀 요코하마를 상대로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이뤄낸 대역전승이라 더욱 값지다.
전반은 요코하마의 흐름이었다. 요코하마는 강한 공격력으로 명성이 자자한 팀답게 빠른 패스로 수원 수비를 흔들었다. 수원은 요코하마의 날카로운 역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연신 얻어맞는 듯한 모습이었다.
계속 수원 골문은 위협하던 요코하마는 전반 20분 역습 상황에서 골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J리그 최우수선수(MVP) 나카가와 테루히토가 오른쪽 측면을 타고 들어가며 곧장 올린 크로스를 에릭이 달려들며 슈팅,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에 들어서자 경기 양상은 달라졌다. 요코하마가 전반에 비해 선제골을 지키려는 듯 눈에 띄게 움츠러든 플레이를 하면서 수원이 공격이 짜임새 있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공격 지역에서 공을 만지는 횟수가 늘면서 차츰 분위기도 수원 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포문을 연 건 올 시즌 K리그에서 극적인 데뷔골로 이름을 알린 측면 수비수 김태환이였다. 김태환은 후반 12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헛다리짚기로 공간을 만든 뒤 낮고 빠르게 왼발 슈팅, 상대 골문을 갈랐다. 리그 데뷔골 장면을 연상케 하는 멋진 장면이었다. 김태환은 당시에도 선보인 박건하 감독의 ‘옷깃 세우기’ 세리머니를 다시 보여주며 자축했다.
한 방을 얻어맞은 요코하마는 다시 흐름을 찾아오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오히려 조급함을 드러내며 공격 상황에서 패스 실수를 남발, 수원에 공격권을 계속 내줬다. 앞서 전반 막판에 새로 투입된 수원 김건희는 우월한 신체조건을 활용해 상대에게서 공을 지켜내며 팀 공격 작업에 큰 보탬이 됐다.
기회를 엿보던 수원은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37분 김민우가 상대 골문으로 쇄도하며 골문 앞에서 버티는 김건희에게 공을 건네줬다. 김건희가 감각적인 힐패스로 곧바로 공을 돌려주자 김민우는 일본 연령대 대표팀 출신 오비 파월 오빈나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침착하게 왼발로 상대 가랑이에 공을 통과시키며 역전골을 넣었다.
다급해진 요코하마는 오나이우 아도 등 발 빠른 공격자원을 투입하면서 동점을 노렸으나 곧 다시 한 방을 얻어맞았다. 중원 혼전 상황에서 공을 잡은 수원 한석종이 상대 오비 골키퍼가 나온 걸 보고 그대로 상대 골문 40m 가까운 거리에서 슛을 때렸다. 공은 궤도를 예측 못한 오비 골키퍼를 지나쳐 골망에 그대로 꽂혔다. 이후 요코하마는 오나이우가 헤딩 추격골을 넣었지만 결국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이번 승리로 ACL 8강에는 전날 호주팀 멜버른 빅토리를 상대로 승리한 울산 현대와 수원 두 팀이 오르게 됐다. 8강 대진 추첨은 현지시간으로 이튿날인 8일 진행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