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도 탐하는 KBO 최고 타자 로하스에 수원시장 구애까지

입력 2020-12-08 06:30
KT 위즈의 간판 외국인 타자 로하스 멜 주니어. 연합뉴스

프로야구 KT 위즈가 2020시즌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최우수선수(MVP) 타이틀까지 차지한 로하스 멜 주니어(30)를 붙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로하스는 MVP 수상 자리에 불참하면서도 “내년에도 KT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말을 던졌지만 못 이룬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도 일본 리그의 더 큰 연봉도 KT의 걸림돌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팀들은 2020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로하스에 일제히 관심을 표했다. 메이저리그 이적설을 다루는 MLB트레이드루머스닷컴은 ”미국 3개 구단, 일본 3개 구단이 로하스의 영입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선 한신 타이거즈와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장타력을 갖춘 타자로 로하스를 점찍어뒀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일본 매체들은 로하스가 한신 출신 외국인 선수들을 팔로우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가장 재빠르게 움직인 건 요미우리였다. 일본 스포츠지 데일리스포츠는 7일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요미우리가 KBO리그 MVP 출신 로하스와 대략적인 합의를 마쳤다. 요미우리는 한신, 메이저리그 팀들과의 쟁탈전에서 앞섰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약 규모에 대한 언급 없이 ‘대략적인’ 합의라는 표현은 모호했다.

이에 로하스 본인이 나서서 일본과의 계약설을 부정했다. 로하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2021년 어디에서 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I have not made a decision yet in where I will play in 2021!)”며 “가짜뉴스(False News)”라고 즉각 반발했다.

로하스는 아직 ‘빅리거의 꿈’을 품고 있다. 2010년 드래프트를 통해 피츠버그 파이러츠에 입단했던 그는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어서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다. 2016년 도미니카 공화국 리그에서 장타력 부족으로 2할대의 평범한 성적을 거두던 로하스는 KBO에 와서야 그의 재능을 꽃피웠다. 2017년 KT 입단 후 통산 타율 0.321, 633 안타, 132 홈런, 409 타점을 해냈다. 통상 프로야구의 전성기라고 보는 20대 후반에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이번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아버지인 멜 로하스 시니어와 5촌인 모이세스 알루가 메이저리그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90년대 전성기에 주축선수로 활약했던 가족력 때문인지 지난해부터 로하스는 메이저리그행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다만 지난해도 그의 메이저리그행은 불발로 끝났다. 미국 현지언론에서 로하스가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로하스의 조건은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이었다. 올해 협상에서도 보장 계약을 중심에 두고 있다고 전해졌다. 그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팀이나 연봉이 아닌 ‘빅리거’에만 맞춰져 있는 것이다.

로하스와의 연장계약을 원하는 KT가 노릴 수 있는 점은 안정적인 장기 계약이다. 30세의 나이로 사실상 단기계약에 집중해야하는 로하스로서는 연봉 규모가 큰 일본이나 꿈을 위해서 메이저리그로 가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한국이 메리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4년 동안 뛰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팬들 사이에서 ‘노학수’라는 애칭까지 생긴 로하스도 한국을 쉽게 놓을 수는 없을 전망이다.

KT의 스카우트 팀은 지난달 시즌이 끝나고 일찌감치 로하스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최고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로하스를 붙잡기 위한 내부 논의를 일찌감치 마친 상태로, 일본 구단들의 제시액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국내 역대 최고 타자 대우를 하면서 다년 계약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염태영 수원시장까지 가세해 로하스에게 구애 작전을 펼치는 이색적인 모습도 연출됐다. 염 시장은 로하스의 SNS 게시물에 “수원 KT의 로하스 선수, 수원시장 염태영입니다”며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신게 아니라면 2021년 시즌에도 수원시민들과 함께 해주시면 안될까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