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종료를 이틀 앞둔 7일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강행 처리 수순에 본격 돌입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이날 법안소위에서 공수처법 처리를 시도하자, 야당은 ‘날치기 처리’를 막겠다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로 맞섰다.
여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8일 안건조정위를 거쳐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의결하고 9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이를 처리할 방침이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이견이 큰 법안에 대해 최장 90일간 숙려기간을 주는 제도지만,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원장을 맡고, 조정위원 6명 중 의결 정족수인 4명을 범여권이 가져가는 터라 법안 통과는 시간문제다.
여야는 이날 공수처법을 비롯한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하루종일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어떤 집요한 저항에도 굽히지 않겠다”며 공수처법 강행 의지를 재차 밝혔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 8명 전원도 긴급성명을 내고 “흔들리지 않고 9일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민주당 김태년·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회동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위한 밀도 있는 협의를 하겠다”고 합의하면서 잠시 휴전에 들어가는 듯 했다. 원내대표 협의 종료까지 공수처법 논의를 중단한다는 소식에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던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이 잠시 철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소위에서 공수처법안을 기습 상정하면서 분위기는 뒤집어졌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이게 민주당이 말하는 민주이고 협치고 공정이냐”며 “소위에서 의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앉아서 얘기하시라. 왜 회의 진행을 방해하시느냐,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다”고 맞받았다. 이 과정에서 여야 법사위원 간에 “지금 뭐하는 것이냐” “국민들이 지금 지쳐가고 있다. 진행해야 한다”며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백 의원이 “공수처법 개정안에 찬성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 달라”며 의결을 시도하자, 김 의원은 미리 준비한 신청서를 꺼내들며 “안건조정”이라고 외쳤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안건조정위가 구성될 때까지 소위 논의를 정지시킨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의석수대로라면 범여권의 안건조정위 통과는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법에 따라 안건조정위원장을 맡게된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제1회 안건조정위를 8일 열 예정”이라며 “비교섭단체(야당) 조정위원 중 1명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국민의힘 소속 조정위원 2명만으로는 안건조정위 의결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주 원내대표는 대여 투쟁을 선언하며 “민주당이 독재 본색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이 두려워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사람이 이런 상황을 방치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수처법을 일방 처리하면 (정부·여당은) 바로 폭망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자기들 편을 데려가 추미애 공수처, 추미애 특수부를 만들려 한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9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 시행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개혁입법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 제출로 맞대응했다.
양민철 이가현 이상헌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