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일반재판을 받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생존 수형인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4·3사건과 관련한 피해자들의 재심 사건에서 법원이 무죄를 결정한 것은 처음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4·3당시 수감생활을 한 김두황(92)씨가 청구한 재심 사건 선고 공판에서 7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사 재판에서 입증책임은 검찰에 있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검찰의 입증이 충분치 못 했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해방 직후 국가가 정체성을 갖추지 못한 채 이념 대립을 하는 상황에서 갓 스물을 넘긴 청년에게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명분을 붙여 실형을 선고했다. 그 과정에 개인의 존엄이 희생됐다”며 “이번 선고가 여생의 응어리를 푸는 출발점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두황씨는 1948년 11월 경찰에 끌려가 남로당 가입을 자백하라는 강요를 받았다. 이유도 모른 채 폭행과 고문, 협박을 당한 뒤 1949년 4월 일반재판에서 징역 1년 형을 선고 받고 목포형무소에 수감됐다.
판결선고 후 김씨는 제주법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따뜻한 봄이 왔다. 정말 고맙다”며 “무죄 판결을 받아 기쁘다. 박수 한번 쳐 달라”고 소회를 밝혔다.
앞서 제주지법은 2017년 4월 제주4·3 사건 당시 불법 군법회의로 옥고를 치른 생존 수형인 18명이 제기한 재심 청구 건에 대해 지난해 1월 무죄 취지의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두황씨에 대한 이날 무죄 결정은 일반재판을 받고 수감된 생존 수형인에 대한 사법부의 첫 무죄 선고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이날 판결 선고가 예정됐던 군사재판 수형인 7명에 대한 판결 선고는 연기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