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치유하던 글이 모두에게 위로가 되길...

입력 2020-12-07 15:22

석공이 나에게 그랬어//세상엔 쓸모없는/존재는 없다고//하찮은 저 돌도 언젠가는/귀하게 쓰여질 거라고//석공이 너의 못난 부분을 깎아내어/석공이 너의 못난 부분을 다듬어내어/예쁘고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 있을 거라고//석공이 너에게 그랬듯이/이 세상엔 어느 누구도/쓸모없고 보잘 것 없는/존재는 없어...
-김경원 ‘석공이 나에게’

광주 장애인문학작가 10명의 작품을 모은 문학작품집이 발간됐다. 아름답고 따뜻한 사연들이 담겼다.

광주문화재단은 최근 장애인문화예술 지원사업으로 장애인문학작가 창작작품집 ‘문학으로 만나는 예술날개’를 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작품집은 코로나19 속에서도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문학분야 장애예술인을 지원하고 그들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 재단 측은 지난 9월부터 약 3개월에 걸쳐 발간작업을 진행, 연말을 앞두고 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학으로 만나는 예술날개’는 시조시학으로 등단해 시조시인으로 각광받고 있는 강경화 작가와 김경원·김형국·남영화·박기종·정향기(시), 박진희(동화), 노대전(수필), 박영진·장수영(소설) 등 4개 장르의 장애인 문학작가 10명이 참여했다.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발달장애 등의 불편함 속에서도 꾸준한 글쓰기로 세상과 소통해온 작가들의 미발표 창작 작품 36편이 122쪽에 걸쳐 담겨 있다.

2016년 고등학교 3학년 때 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의 온라인 펀딩 지원으로 첫시집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을 펴내면서 ‘열여덟 시인’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경원과 다섯 권의 시집을 펴낸 문학 전공자 박기종 시인, 장애인 인권교육활동가로도 일하고 있는 김형국 시인, 장편동화 ‘그림자마을’을 출간한 박진희 작가 등 자신의 문학을 일구고 있는 작가들의 일상과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은 “숫자로 느끼는 체온이 아니라 살갗을 느낄 수 있는 체온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강경화)” “제 글이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게 쑥스럽지만 이번 기회로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습니다.(박영진)” “장애라는 말은 불치가 아닙니다. 불편함일 뿐입니다.(장수영)”라는 소감을 전한다.



문학작품집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김용목(극단 그래도 대표) 위원은 “아름다운 것은 천천히 온다. 장애인 문학작가에게 글쓰기는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오랫동안 꿈꾸었지만 이루지 못했던 장애인 문학작가의 문학집을 발간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문학작품집은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환경을 제공한다. 문학집 표지는 점자가 추가돼 있고, 모든 페이지 우측 상단에 ‘보이스아이 코드’가 배치돼 있다. ‘보이스아이 코드(VoiceEye Code)’는 시각장애인, 저시력자, 다문화가족을 위해 인쇄물 내용을 음성·번역해주는 바코드 서비스로 스마트폰 어플에서 ‘폰마킹’을 내려받아 코드 스캔하면 누구나 사용 가능하다.

문학작품집은 ‘장애인복지관’, ‘보호작업장’, ‘지체장애인협회’ 등 지역 장애인 기관·시설에 우편 발송할 예정이다.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출판기념회는 별도로 진행하지 않는다. 다만 시민 누구나 광주문화재단 홈페이지-아카이브에서 열람신청을 통해 책자파일을 받아볼 수 있다.

‘문학으로 만나는 예술날개’는 장애-비장애를 넘어 문화예술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지역장애인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